최근 이투데이 편집국에서 만난 고아성은 ‘폭풍성장’으로 화제를 모은 것처럼 숙녀가 돼 있었다. 그는 최근 영화계를 뜨겁게 달군 ‘설국열차’의 흥행열기에 푹 빠져 있었다.
“요즘 ‘설국열차’ 관객 수를 확인하느라 매일 밤 12시를 기다려요. 졸리지만 관객 수만 보면 잠이 깨요. 정말 이 정도일 줄은 예상 못했는데… 요즘 홍보 활동하느라 하루 2시간 정도밖에 못 자지만 재밌어요.”
고아성은 극중 17년간 기차에서 나고 자란 요나 역을 연기했다. ‘괴물’ 이후 첫 작품도 아니건만 그를 보면 자꾸 ‘괴물’의 박현서가 생각난다. 이제 요나를 통해 박현서를 지워가고 있는 그녀. 그래서 봉준호 감독과 고아성의 관계는 특별하다.
“봉준호 감독의 디렉션은 독특해요. 배우로서 재미있을 수밖에 없어요. 흔하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죠. 봉준호 감독과 다시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은 배우로서 큰 행운이에요. 저에겐 스승 같은 분이죠. 어느 순간 봉준호 감독의 성향까지 파악하게 됐어요.”
고아성에게 1000만 배우 타이틀은 양날의 검이다. 모든 배우가 꿈꾸는 영광이면서도 아직 어린 그가 감당하기엔 큰 부담이었다.
“‘1000만 타이틀’은 저로 인해 온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괴물’ 찍을 때 모든 분이 그랬어요. 이렇게 좋은 배우, 감독과 지금처럼 연기하는 것은 드문 기회라고… 그땐 이해하지 못했어요. 다양한 영화를 찍어 보니 이제 알겠어요.”
‘설국열차’ 속 고아성의 연기는 당당하다.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 사이에서 고아성은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했다. 그래서일까. 유독 할리우드 진출 여부에 대한 질문이 많다.
“요즘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런데 전 할리우드를 제 최고 목표 지점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 한국영화가 제일 편한 건 사실이죠. 할리우드는 다양한 경험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고아성에게 목표를 묻자 냉큼 “재밌게 사는 거요”라고 말한다. 고아성은 봉준호 감독과 영화를 찍고 나서야 영화가 좋아졌다고 말한다. 이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영화광이라고 자부한다. 만약 봉준호 감독이 다시 출연 제의를 한다면 그녀의 선택은 무엇일까.
“예쁜 역할을 주면 다시 하겠다(웃음). ‘괴물’에 이어 ‘설국열차’까지 찍은 후 봉준호 감독이 다음 작품은 예쁜 카페에서 남녀가 대화하는 내용을 찍자고 하셨어요. 물론 절대 안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