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은행·보험사의 내생적 재무건전성-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13-08-12 11:3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최근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시장 철수가 잇따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HSBC가 소매금융사업을 철수하기로 했고, 보험권에서는 ING, HSBC, Aviva, Ergo그룹이 철수했거나 철수하려 하고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 충격을 받은 네덜란드의 ING그룹은 공적자금 투입 조건 중 하나였던 그룹의 보험사업 매각 조건 이행으로 국내 현지법인인 ING생명을 매각하는 것이고, HSBC그룹의 하나HSBC생명 지분매각은 201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구조조정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HSBC의 사업구조조정은 미주지역, 영국과 아일랜드, 홍콩과 아시아 지역의 보험, 소매금융, 카드사업 매각 등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영국의 보험그룹인 Aviva그룹 역시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유로존 국가부채에 대한 위험노출로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며 사업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58개 사업 중 16개 사업을 비핵심사업(Non-core business)으로 구분해 매각하고 있는데, 우리아비바생명 지분 매각도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그룹의 사업구조조정은 저성장·저금리 환경 지속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고자 하는 은행권의 바젤3와 보험권의 솔벤시2 자본규제 강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두 가지 규제 모두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회사가 인수하는 위험에 대해 더 많은 완충자본의 축적을 요구하고, 금융회사가 위기상황에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자본을 더 많이 보유토록 규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규제 강화의 목적은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금융회사의 자본비용을 상승시켜, 금융회사가 자발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위험인수를 억제하는 것이다. 이 같은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자본수익성을 제고하고 규제 강화에 따른 자본확충을 목적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것이다. 은행과 보험업을 겸영하던 유럽의 복합금융그룹들은 보험업을 축소하거나 보험업에서 철수하고 있고, 해외시장에서 사업을 다각화했던 금융회사들은 해외사업보다는 국내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자본규제 강화가 각 금융회사가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자본을 집중해 자본수익성을 제고하고 건전성을 유지토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금융산업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부진으로 저성장·저금리가 장기화되고 있고 경기부진은 가계부채 부담 가중과 기업 수익성 악화, 은행의 부실대출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보험회사의 경우도 수입보험료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고 저금리로 인해 보험회사 재무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감독당국은 보험회사 재무건전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추가적 자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신규 자본(Fresh Capital)을 조달하는 것은 여러 가지 자본조달 방법 중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또한 자본조달의 가용성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자본수익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자본을 조달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신규 자본 조달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주주들이 요구하는 자본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오히려 더 위험한 사업을 시작할 우려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이러한 악순환이 발생할 경우, 국내 보험산업의 펀더멘털은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수익을 창출하고 창출된 수익으로 자본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Aviva그룹은 2012년부터 사업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자본수익률이 높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생산성과 성과를 제고해 자본을 창출하는 것이다. HSBC그룹의 경우도 보험사업을 축소하고 은행업에 보다 집중해 수익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자본구조를 개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은행업과 보험산업의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경영효율화와 수익구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어려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감독당국은 국내 금융산업이 자본수익성에 따른 사업구조조정과 원가에 근거한 가격 결정을 통해 내생적으로 재무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홍명보호, 11월 중동 2연전 명단 발표…손흥민 포함·이승우 다시 제외
  • ‘흑백요리사’ 셰프 만날 기회…‘2024 서울미식주간’ 열린다
  • 전남 ‘폐교’ 844곳 가장 많아...서울도 예외 아냐 [문 닫는 학교 4000곳 육박]
  • 금리 인하에 저축 보험 '눈길'…美 대선에 달러 보험 뜬다
  • "성냥갑은 매력 없다"…정비사업 디자인·설계 차별화 박차 [평범한 건 NO, 특화설계 경쟁①]
  • 단독 '부정‧부패' 의혹 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 상위기관 중징계 처분 뭉갰다
  • "영웅 귀환은 빛났다"…페이커의 T1, '롤드컵' 통산 5회 우승 영광
  • 단독 “북한군 1차 전멸, 우크라이나 아닌 러시아 포격 탓”
  • 오늘의 상승종목

  • 11.04 14:50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5,543,000
    • -0.53%
    • 이더리움
    • 3,421,000
    • -0.23%
    • 비트코인 캐시
    • 465,500
    • -3.54%
    • 리플
    • 701
    • -0.85%
    • 솔라나
    • 224,400
    • -1.41%
    • 에이다
    • 458
    • -4.38%
    • 이오스
    • 574
    • -2.55%
    • 트론
    • 230
    • -0.43%
    • 스텔라루멘
    • 126
    • -1.56%
    • 비트코인에스브이
    • 64,850
    • -2.77%
    • 체인링크
    • 14,830
    • -3.39%
    • 샌드박스
    • 322
    • -2.4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