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 김연경이 정말 원하는 것은

입력 2013-07-2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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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크 보스만.

어지간한 축구팬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이름이다. 물론 선수로서는 결코 유명하지 않았다. 그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벨기에와 프랑스의 몇몇 중소 클럽에서 뛰었던 선수다. 하지만 그가 현대 축구에 남긴 족적은 엄청나다.

1995년 벨기에의 축구선수 장-마크 보스만은 계약기간이 종료된 선수의 자유이적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승리했다. 당시에는 소속팀과의 계약이 끝나도 원 소속팀이 반대하면 이적할 수 없었다. 계약 기간 종료 여부와 관계 없이 자유이적이 없었던 셈이다. 보스만은 1990년 벨기에의 RFC 리에주에서 프랑스의 USL 뒨케르크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구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5년여 만에 유럽사법재판소에서 승소했다. 이른바 ‘보스만 룰’이 탄생한 것.

현재 선수들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누리며 계약 종료시 이적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보스만 룰 덕분이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기나긴 소송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물론 승소의 대가로 78만 유로(약 11억490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20대 중반의 나이로 현역을 접어야 했던 것과 비교할 수는 없다. 보스만은 불합리한 제도와 싸우기 위해 축구선수로서의 삶을 포기한 채 이른바 투사의 길을 택했고 결국 거대한 유럽 축구 클럽들을 상대로 승리했다.

현재 김연경의 상황은 약 20년 전의 보스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팀 은퇴도 불사했다. 이제 더 이상 국내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합리적이냐 불합리하냐를 따질 수 있는 단계는 넘어섰다. FA신분임을 일관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김연경이지만 이에 대한 연맹과 협회, 그리고 구단의 입장은 확고하다. 김연경 측(김연경 및 에이전트사 및 담당 법무법인)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예까지 들며 불합리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배구연맹(FIVB)은 FIFA가 아니다. 몇몇 예외는 있지만 철저하게 자국 로컬 룰을 인정해왔고 김연경 선수 건은 예외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일단 흥국생명의 권광영 단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구단은 선수가 원한다면 해외에서 뛰는 것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 김연경이 해외에서 뛰길 원한다면 나가서 뛰면 그만이다. 규정에 명기된 6시즌을 뛰지 않아 자유계약선수(FA)임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일 뿐, 단지 해외에서 뛰는 것이 목적이라면 언제든 나갈 수 있다.

김연경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자문해 봐야 한다. 단순히 해외에서 뛰는 것이 목적이라면 해외 진출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보스만처럼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는 현실에 반대해 투사의 길로 접어든 것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이는 더 이상 연맹이나 협회 혹은 구단과 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일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법원에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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