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몇 분 뒤 청와대 사이트를 재접속하자 화면이 정상적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흔적은 남았습니다.
자유게시판에 청와대 해킹을 목격한 5명의 국민들이 해킹 사실 목격담을 게시했습니다.
잠시 뒤 다시 자유게시판에 접속하자 해킹과 관련된 국민들의 글만 모두 삭제돼 있었습니다.
자유게시판 사용 양식에 맞지 않는 글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 글들은 대부분은 “이상한 사진이 보인다”, “놀랐다”는 등 해킹 사건을 목격하고 놀라 이를 알리는 글이었습니다.
아마도 청와대 측은 순간적으로 나타난 해킹 화면을 아무도 못 봤을 것이라 판단한 듯합니다. 그때까지도 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없었기에 목격자들의 게시물만 삭제하면, 누구도 해킹 사실을 모를 것이라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은 더 커졌습니다. 해킹은 메인 페이지뿐만 아니라 청와대 여러 게시물들에 나타나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어나니머스라는 내용의 글들이었습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아차린 청와대는 결국 홈페이지 서버를 닫아버립니다. 이 시간이 10시경입니다. 30분간 서버를 닫지 않은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이미 청와대가 해킹된 것을 알았다면, 청와대에 접속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악성코드나 바이러스가 옮겨질 수 있는데도 이를 묵인하고 자유게시판의 글만 삭제한 이유를 다르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런 사실은 아직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해킹 8시간 만인 25일 오후 5시경 복구됐지만 15일이 지난 아직도 자유게시판은 굳게 닫혀있습니다. 자유게시판에는 “현재 시스템 보안강화로 인해 서비스 이용 제한 중”이라는 문구만 나타날 뿐입니다.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자유 게시판이 닫힌 것은 이 게시판을 통해 해킹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아직도 자유게시판이 닫혀 있는 이유는 시스템 보안 절차가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투데이가 청와대 사이트 변조와 함께 회원 정보가 해킹됐다는 처음으로 보도했지만, 청와대는 3일이 지난 뒤에야 이를 확인하고 인정했습니다.
청와대는 28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청와대 홈페이지에 대한 사이버 공격으로 회원님의 소중한 개인 정보가 일부 유출됐음을 알려 드리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의 팝업창을 뒤늦게야 게재했습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홈페이지 회원은 20만 명가량인데 이번 해킹으로 회원정보가 유출된 것은 10만 명가량으로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들 개인 정보 중 이름, 생년월일, 아이디(ID), 주소, IP 등 총 5개 개인 정보가 유출됐지만 비밀번호와 주민번호는 암호화돼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청와대 홈페이지 위 변조 사실을 숨기기 급급했던 정황을 보면 실제 주민번호와 비밀번호도 유출되지 않았다는 그들의 말을 쉽게 믿을 수만은 없어 보입니다.
ICT를 강화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고, 화이트해커 5000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세운 정부의 최고 보안 사이트가 순식간에 뚫렸습니다. 게다가 이를 숨기려 했다는 점에 더해 회원정보까지 빼앗겼다는 점은 6.25 사이버전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대응하지 못한 정부의 ‘무능함’을 역력히 보였다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6월 25일 국가정보원 홈페이지마저 다운되면서 국내 최고의 기관들이 모두 뚫리는 참극을 맛본 치욕적인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