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폐쇄 84일 개성공단 기업의 절규- 서지희 산업부 기자

입력 2013-06-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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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로 지난 세월 동안 버텨왔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걱정됩니다.”

2010년 개성공단에서 공장 가동을 시작한 섬유봉제업체 ‘ㅇ’기업 A 대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초기 투자비용만 140억원을 쏟아부은 공장이 가동률 35%에서 그대로 멈춰 버린 것. 매년 누적 적자를 이어오다 처음으로 월별 매출액이 손익 분기점을 넘기며 희망을 갖게 된 찰나였다.

개성공단 출입차단 84일째, 조업중단 78일째.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험난한 가시밭길이 계속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삼중고’를 겪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재기의 불투명’, ‘자금난’ 그리고 ‘심리적 불안정’이란 악재가 한 번에 겹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어려움에 비해 정부의 지원 대책은 무책임할 만큼 단순하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이번 사태로 거래 업체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발주 업체들은 개성공단 기업들의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생산에 차질이 생기니 다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자금난도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중 하나다. 기존에 안고 있던 대출금 이자 상환 여력은커녕, 직원들 월급조차 주기 빠듯한 상황이다.

벼랑 끝에 몰린 이들 기업인이 의지할 수 있는 곳은 정부 지원금과 경협보험이다. 그러나 높은 금리, 늦어지는 실태조사 등으로 상당수 기업에는 무용지물이 됐다.

A 대표는 “경협보험을 신청한 지 한 달이 됐는데 이제서야 심사에 들어간다고 하니 현장을 전혀 모르는 처사”라고 하소연했다.

오는 30일 개성공단 근로자들은 개성공단 정상화 염원을 담아 부산에서부터 임진각까지 평화국토대행진을 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마침 그날은 개성공단 조성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남북경협의 상징, 불모지 개성공단을 땀과 눈물로 일군 이들의 목소리에 정부는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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