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에세이]방송작가로 산다는 것- 김보라 방송작가

입력 2013-05-0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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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로 살면서 만나기 힘든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KBS ‘피플 세상 속으로’에서 만난 팔 없는 마라토너 김황태씨다. 방송 출연을 거부하던 그분을 설득하기 위해 감독님께 부탁해 어렵게 섭외를 했다. 화면에 담긴 김황태씨는 햇살 가득한 미소를 지니고 있었다. 당시 어린 딸아이와 아내가 있었는데, 딸아이는 손이 없는 아빠를 대신해 휴대폰을 귀에 대주었다. 감전사고로 팔을 잃은 김황태씨는 바람을 양팔 삼아 넓은 운동장을 달리곤 했다. 바로 그때였다. 내가 방송을 하는 이유를 알게 된 게.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자세,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그런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는 방송이 참 좋았다.

인생이란 그런 게 아닐까. 아이가 걷기까지 수천 번 넘어지고 일어나길 반복하듯 우리네 인생도 넘어지고 일어나길 반복한다.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것, 서로 잡아주고 일으켜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함께 사는 사회가 아닐까.

방송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스크롤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방송 한 편이 나오기까지 무수한 노고를 견디는 방송가 사람들은 열정과 꿈을 안고 이 바닥을 살아가고 있다. 흔히 방송작가 하면 글만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방송작가는 전 제작과정에 참여해 할 일이 많다. 아이템 선정부터 취재와 섭외, 촬영구성안 작성, 편집구성안, 원고 작성까지. 촬영해 온 테이프를 꼼꼼히 보고 촬영장이나 녹화장을 컨트롤하기도 한다.

3D를 구현한 ‘한반도의 공룡’, ‘위대한 바빌론’ 등을 만든 다큐멘터리의 대가 이용규 선배는 “방송작가는 무엇보다 마음이 따뜻해야 한다. 그리고 취재를 꼼꼼하게 하고 역사를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작가의 길은 쉽지 않다. 밤샘은 기본이고 열정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때때로 피땀과 온 인생을 쏟은 이곳에서 작가가 해고되는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방송작가들은 꿈과 열정 하나로 불안정한 환경을 견디며 성장한다.

방송작가들은 이동이 잦은 프리랜서이기에 거미줄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다. 선후배 간에 원고를 봐주며 이끌어주는 동맹 형성이 잘 돼 있다. 방송작가들이 좀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서로를 이끌어줄 수 있다면 프로그램의 질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방송작가들은 재능이 많다. 퀄리티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면 아이디어가 많은 방송작가들에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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