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수익 절반이 위탁수수료 따먹기… 거래 급감 장기화 땐 공멸

입력 2013-04-01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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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분기 거래 대금 감소로 ‘어닝쇼크’… 영업점 축소·인력 감축 소극적 대응 그쳐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증권사들은 새로운 성장 활로를 찾기 위해 해외진출, 자산관리(WM) 사업 강화 등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장을 선도할 만한 성과를 낸 증권사가 나오지 않았고, 세계적인 수준의 증권사들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2월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저성장·저금리 시대와 금융투자산업’ 세미나에서 최도준 노무라종합연구소 부문장의 국내 증권업계 진단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수익에서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기준 44.2%로 절반에 가까웠고, 자기매매(37.5%), 인수·주선(4.9%), 펀드판매(4.61%) 순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경우 위탁매매 수익 비율은 각각 21.6%, 15.8% 수준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그동안 나름대로 업무 다각화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아직까지는 IB·자산관리 등 고수익성 업무의 비중이 낮은 게 현실이다.

국내 증권사 상당수는 지난해 3분기 적자 또는 적자에 가까운 실적을 발표하는 등 말 그대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주식거래 대금 감소다. 더 심각한 점은 이 같은 업황 악화 문제가 단시일 내에 개선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기대를 모았던 신수익원인 헤지펀드, 프라임브로커리지(헤지펀드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의 성과도 신통치 않다.

유례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현재의 거래 급감이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거래회복 시기만을 기다리며 수익원 발굴에는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신사업 발굴을 통한 수익사업 창출보다는 영업점 축소, 인력 감축 등 고정비 절감을 통해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위탁매매 수익이 절대적인 증권사들의 수익구조를 감안하면 현재의 주식거래대금 급감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멸의 위기에 몰릴 수 있다.

대책은 명확하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그동안 위탁매매 수수료에 의존해 왔던 수익구조를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수료 따먹기’로 대변되는 위탁매매 중심의 사업을 자산관리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증권사 실적 부진의 심각성은 단순히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의한 것이 아니고 개인투자자의 거래 감소, 수수료 출혈 경쟁 등에 따른 구조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며 "위탁매매의 대안으로 가장 많이 지목되는 사업 부문이 자산관리 서비스"라고 지목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리테일 위탁매매시장의 위축을 자산관리 사업 강화로 대응하면서 정착단계에 돌입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특히 인구 고령화로 인해 투자자 니즈가 수익률만 중시하기보다는 소득대체, 장수위험 관리, 상속 등 은퇴 준비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 등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점도 자산관리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증권사들의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시도는 분명 진행 중이다. KDB대우증권은 최고의 컨설팅 능력을 갖춘 엘리트 프라이빗뱅커(PB) 하우스를 지향하고 있다. ‘브로커리지(BROKERAGE) 위주 영업모델’(주식 중개영업) 일색인 국내 증권업계에서 탈피, 고객의 다양한 니즈에 맞는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PB 중심 체제 영업모델’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TF를 조직해 운영 중이다. 미래상품 발굴단은 회사 전체의 모든 상품 관련 조직 및 인력을 활용해 미래상품 경쟁력 확보를 추진하며 영업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아이디어를 반영해 새로운 상품을 제작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 유형을 선정하고 각 유형의 상품을 만든다.

SK증권은 자산관리 중심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경쟁력 확보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 1월 PIB(Private Investment Banking)센터 중심으로 지점체제를 개편해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자산관리(WM, Wealth Management) 사업을 강화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대표적인 해외진출 성공 사례로 꼽히는 KDB대우증권의 홍콩 현지법인은 올해 세전이익이 전년 대비 약 80% 증가가 전망될 정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해외네트워크 확장을 위한 노력도 계속돼 지난해 9월 싱가포르 현지법인을 개설해 주식 및 채권브로커리지 등을 중심으로 한 영업을 개시했다”며 “다수의 신흥 경제권내 우수 파트너 회사와의 제휴 및 현지사업 참여 기회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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