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안기부 X파일’과 여기에 거론된 ‘떡값검사 명단’을 폭로한 혐의로 기소된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이 14일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이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진보당 공동대표인 노 의원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회의원이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로써 노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지 10개월 만에 의원직을 내려놓게 됐다.
1심 재판부는 노 의원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2심)은 국회의원의 직무상 행위인데다 공개한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소사실 가운데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인정하면서도 인터넷에 명단을 올린 부분은 위법성이 인정된다(통신비밀보호법 위반)며 일부 유죄취지로 사건을 되돌려 보냈고, 파기환송심은 징역 4월에 집행유예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노 의원이 지난 2005년 국회 법사위 회의를 앞두고 공개한 ‘안기부 X파일’은 1997년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가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 사이의 대화내용을 비밀 도청한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이 중엔 일부 검사들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노 의원은 대법원 선고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뇌물을 줄 것을 지시한 재벌그룹 회장, 뇌물수수를 모의한 간부들, 뇌물을 전달한 사람, 뇌물을 받은 떡값 검사들이 모두 억울한 피해자이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저는 의원직을 상실할 만한 죄를 저지른 가해자라는 판결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한국의 사법부에 정의가 있는가. 양심이 있는가. 사법부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느냐”며 “저는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하더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대법원 판결은 최종심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심판, 역사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법 앞에 만 명만 평등한 오늘의 사법부에 정의가 바로 설 때 한국의 민주주의도 비로소 완성될 것”이라며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오늘 국회를 떠난다.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새누리당 의원 30명 등 국회의원 159명은 최근 벌금형 선고가 가능하도록 통신비밀보호법의 벌칙 조항을 수정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대법원에 해당 개정안이 통과될 때까지 재판을 미뤄달라는 탄원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