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 기업 대격돌]SK에너지-GS칼텍스, 국내 최초·민간 최초… 신사업 성공 누가 먼저 할까

입력 2013-02-0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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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판매·원료 공급 수익 구조 유사

▲SK에너지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자회사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정유업계의 영원한 ‘맞수’로 통한다.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주유소만 놓고 봤을 때 내수 시장점유율은 SK에너지(36.6%)가 부동의 1위이고, 그 뒤를 GS칼텍스(27.1%)가 쫓고 있다. 60%가 넘는 시장을 두 회사가 차지하고 있는 것. 여기에 3위 현대오일뱅크와 4위 에쓰오일(S-Oil)을 포함하면 4개 기업은 전체 시장의 98%를 차지한다. 정유시장은 사실상 4개 회사가 과점하고 있는 것이다.

정유산업은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판매하고 석유화학 원료를 공급하는 공통된 구조다. 따라서 SK에너지와 GS칼텍스도 시장 환경에 따른 실적에는 큰 차이가 없다.

두 회사의 최근 2년간 경영 실적을 보더라도 이 같은 사실이 입증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63조3711억원의 매출액과 2조842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GS칼텍스의 경우 47조9463억원(매출액), 2조200억원(영업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GS칼텍스
지난해 2분기 SK에너지가 459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을 때 GS칼텍스도 마찬가지로 2492억원의 적자를 봤다. 지난 3분기에는 양사 모두 흑자로 돌아서는 등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가 앞다퉈 신성장동력 발굴에 나선 것도 정유사업만 고집해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SK의 신사업은 SK이노베이션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2차전지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기자동차의 판매 비중이 낮아 특별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GS는 지난해 초 설립한 GS에너지를 앞세워 유전 개발이나 신재생에너지 분야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SK와 마찬가지로 눈에 띄는 진전은 없다. 다만 신사업 진출 시점과 구체적인 추진 전략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다소 앞선 모습이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맞수’ 다운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실제 역사를 되짚다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양사 모두 ‘최초 설립’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SK에너지는 1962년 설립된 대한석유공사를 모태로 1980년 SK그룹에 편입됐다. 1982년 유공을 거쳐 1998년 지금의 상호로 변경했다. 2005년 상호를 바꿔 단 GS칼텍스는 1967년 출범한 호남정유가 전신이다. SK에너지는 말 그대로 ‘국내 최초의 정유사’를, GS칼텍스는 ‘민간 최초의 정유사’를 각각 강조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미묘한 신경전으로는 지난해 12월 5일 치러진 무역의 날 시상식을 놓고 벌어진 일을 들 수 있다. GS칼텍스는 이른바 ‘수출 지존’을 가리는 ‘250억불 수출탑’을 차지했다. GS칼텍스는 정유업계 최초이자 제조업체 중 삼성전자에 이어 두번째라는 점 때문에 이번 수상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자 하루 뒤 SK에너지의 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우회적으로 아쉬움을 표현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SK에너지, SK루브리컨츠, SK종합화학 등 3개의 자회사 수출액을 모두 합칠 경우 270억 달러에 달하지만 개별 법인을 기준으로 심사하는 원칙으로 인해 1등을 놓쳤다는 내용이다. 2011년 전문성 강화를 위해 3개 자회사로 분할한 것이 자존심에 금이 가는 예기치 못한 복병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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