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측근·친인척을 포함한 특별사면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한 핵심당직자는 10일 “지도부에서 공식 논의가 없었다”면서 “(특사 관련) 결정된 사항이 아무 것도 없으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일부 지도부 인사도 ‘노코멘트’로 일관하며 말을 아꼈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건 사면 대상에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더라도 사면권 자체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데다 역대 대통령들도 대선 후 특사를 단행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돈 전 정치쇄신특위 위원은 “권력형 비리사범 등은 헌법에서 정한 특별사면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서 “다만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한다 해도 이는 고유권한인 만큼 후임 대통령이 간섭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특사 대상으로 이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친형 이상득 전 의원까지 오르내리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국민대화합’은 커녕 오히려 국민적 반감만 키워 박근혜 당선인에게 부담만 안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이 전 의원까지 사면할 것 같은데 그냥 비리도 아니고 권력형 부정부패를 저지른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국민정서는 차치하고라도 법 정신에도 맞지않다”면서 “이 대통령이 의리상 손 털고 가겠다고 밀어붙이면 비난여론이 드세져 새 정부에 짐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쇄신파 한 의원은 “박 당선인이 임기 중 사면권 남용을 않겠다고 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 뭔가 달라진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줘야 한다”면서 “당선인 신분이라고 자제하는 것이 꼭 좋은 것 만은 아니다”라고 쓴소리했다. 그는 또 “박 당선인이 현 정부 말기 공기업 낙하산 문제를 지적했듯 잘못된 정치 관행들을 고쳐나가자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지금 침묵하고 취임 후 그런 얘기를 한다면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이번 사면설을 고리로 취임을 앞둔 박 당선인을 더 강하게 압박하고 나설 태세다.
민주통합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비리 측근·친인척에 대한 사면은 MB정부를 넘어 박 당선인의 오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진보정의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박 당선인이 전직 대통령 측근사면이라는 권력교체기 첫 시험대를 원칙에 맞게 엄중히 판단하라”고 했고, 통합진보당 민병렬 대변인도 “‘대화합 조치’ 운운에 호응하면 ‘이명박·근혜’ 오명을 재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