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채권펀드 2조원 순유입=최근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둔화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시중금리는 3% 내외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사례와 같이 저금리 기조는 저성장, 고령화 시대 진입과 함께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고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위험·고수익의 상품에 눈을 돌리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저금리와 부동산 침체로 갈 길을 잃은 시중자금이 시중금리 + α의 수익률을 나타내는 해외채권펀드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해외채권형펀드(ETF제외)로 유입된 자금은 연초 대비 약2조6225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이후 9개월 연속 순유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월 2493억원, 지난달 2530억원을 기록하며 유입 규모도 대폭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자금순유입 규모는 1185억원으로 1년새 유입자금이 10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해외주식펀드는 연초대비 3조6932억원이 이탈했다.
해외채권형펀드에 시중 자금이 몰리는 것은 최근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다른 펀드 상품과 비교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채권형펀드의 선전은 유럽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된 것이 그 배경으로 꼽힌다. 각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며 채권금리가 하락(채권가격 상승)해 해외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제로인에 따르면 해외채권형펀드의 올해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은 12.02%(3일 기준)로 국내 주식형(4.93%), 국내 채권형(4.69%)의 수익률을 큰폭으로 상회하고 있다.
특히 이머징국가 국공채, 글로벌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한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AB이머징마켓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클래스A'가 올 들어 21.51%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피델리티아시아하이일드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A’(19.07%), ‘JP모간이머징국공채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A’(16.86%), ‘한화스트래티직인컴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A’(15.99%) 등도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주의사항 꼼꼼히 따져야=해외 채권형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주식형펀드에 비해 안정적이면서도 국내 채권형은 물론 주식형보다 최근 수익률이 높아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투자국의 환율 변동과 금리 움직임 등을 확인하고 해외 채권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해외 채권은 거래 시 해당국 통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으로 인해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같은 해외채권이라 하더라도 펀드 유형에 따라 안정형부터 고수익형까지 다양하므로 펀드 선택시 반드시 자산관리 전문가와 가입 시점 등을 의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권담당 한 연구원은 “이머징국가 국공채나 하이일드채권은 글로벌 경기에 따라 가격변동이 국내 채권보다 큰 편이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며 “펀드의 종류도 천차만별이고 각 펀드마다 운용목표도 다르므로 자신의 투자목적에 맞는 상품을 잘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외채권형펀드에 투자할 때에는 특정 국가채권에 집중되는 펀드는 되도록이면 피하는 것이 좋다”며 “채권형펀드에 투자할 때에는 만기가 3년 이상되는 펀드로 꾸준하게 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투자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