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대형화' 열풍]"세계 최대 타이틀 먼저 달자"…업체들 자존심 대결

입력 2012-07-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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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세탁기 용량 경쟁 치열…며칠만에 '최대' 타이틀 잃기도

아이 두명을 둔 문설희(31·여)씨는 매주 냉장고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남편과 함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 까지는 즐겁다. 문제는 그 다음 부터다. 양문형 냉장고에 네 식구의 일주일치 식재료를 보관하려면 진땀을 빼야한다.

문 씨는 “맞벌이여서 주말 마다 일주일치 장을 보는데, 구입한 식재료를 냉장고에 넣는 일이 여간 힘든게 아니다”라며 “오래된 음식을 끄집어 내고 새로 산 식재료들을 겨우 넣고 나면 맥이 풀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주부들의 심정을 이해하 듯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의 대형화 경쟁이 뜨겁다. 소비 패턴 변화로 촉발된 대형화 추세에 업체들 간의 기술력 경쟁까지 더해져 한층 치열해 지고 있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윤부근 사장(사진 오른쪽)과 삼성 지펠 모델 이승기가 세계 최대 용량 900L '지펠 T900'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대용량 냉장고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 누가 누가 더 큰가=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세계 최대 가정용 냉장고’라며 901리터 ‘지펠 T-9000’을 발표했다. 그러자 LG전자는 16일 910리터 디오스 냉장고를 선보이며 ‘최대 크기’ 타이틀을 뺏어갔다. 두 회사의 냉장고 대형화 경쟁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예다. 양사의 대형화 경쟁은 대형마트가 생긴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에 대형마트가 들어오면서 냉동식품 구입이 많아졌고, 한꺼번에 장을 봐서 오래 보관해 두고 먹는 생활방식으로 변했다”며 “이때부터 대형 냉장고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997년 국내 최초 양문형 700L짜리 냉장고를 출시했다. 이후 13년 뒤인 2010년 3월 LG전자는 801L 양문형 냉장고를 내놓으며 용량 경쟁에 불을 붙였다.

2010년 LG전자가 800리터의 벽을 먼저 넘었고, 같은 해 삼성전자가 840리터 냉장고로 1위 자리를 빼앗았다. 2011년에도 양사는 앞서거니 뒤서가니 하며 850리터, 860리터, 870리터 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소비자 패턴 변화 뿐 아니라 냉장고의 대용량 경쟁은 기술력 과시의 목적도 크다. 전체 크기를 키우지 않은 채 내부 용량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제조사들은 30~40평형대 아파트 주방에 설치가 가능하도록 개발돼야 경쟁력이 있다고 얘기한다.

몸집을 키우지 않고 용량을 키우려면 벽체를 단열효과가 뛰어나면서도 얇게 만들어야 한다. 냉각 주요 부품인 컴프레서의 힘도 더 세져야 한다.

이 때문에 900리터 이상 초대형 냉장고 부문에서 두 회사는 흡사‘냉장고 안에 코끼리 넣기’와 같은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 냉장고의 판매량은 용량이 적은 제품보다 높다. 올해 냉장고 판매량 중 800리터 대형냉장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삼성전자가 출시한 900리터 냉장고 ‘지펠 T9000’는 제품 출시 후 10일 간 판매량이 2010년 10월 출시한 양문형 냉장고 그랑데 스타일 시리즈의 동일기간 판매량의 3배까지 늘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문이 폭주하면서 광주 사업장의 냉장고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탁기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전문업체 GKF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 수량 기준으로 지난 2009년 전체의 8%에 불과했던 15kg 이상 대형세탁기 비중은 올해 43%로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009년 3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11kg 이하 세탁기는 올해 6%에 불과할 전망이다.

◇ 치열한 대형화 경쟁… 기술 유출로도 이어져=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 과정에서 ‘대형화’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지속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 삼성과 LG가 대만, 일본을 제치고 주도권을 확보한 것도 대형화에 성공한 덕택이다.

최근 LCD가 저물고 OLED 시대에 접어들면서 OLED TV용 패널이라는 새로운 대형화 전쟁이 시작됐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OLED TV 대형화 기술 유출 사건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15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TV 제조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조모(45)씨 등 삼성 전현직 연구원 6명과 정모(50)씨 등 LG 임직원 4명, LG협력업체 임원 1명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그동안 경쟁상대도 되지 않았던 LG디스플레이가 자사의 기술을 훔쳐 개발 기간을 단축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기술유출 사건과 관련, 손해배상을 포함한 민사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는“삼성 측이 유출됐다고 주장하는 정보는 첨단 기술이 아니라 일반적인 영업과 기술개발 동향 정도”라며 “삼성 측이 의미와 규모, 심각성 등을 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두 회사가 이처럼 대립하는 이유는 55인치 대형 OLED 패널의 양산을 앞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패널을 처음 양산했으며, 현재 세계시장에서 95%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OLED TV 등 대형화 추세로 이어지며 LG디스플레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분야의 후발주자이지만 지식경제부의 국책 과제에 삼성을 제치고 선정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대형 OLED 패널의 양산은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수명과 수율을 등 기술적인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 사의 최고경영자들은 OLED TV의 빠른 출시를 위해 실무진을 압박하고 있다. LG는 구본무 그룹 회장이 지난달에도 “미래 시장을 선점할 원천기술 개발 청사진을 내놓으라”며 OLED TV 출시를 재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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