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이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제한된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실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관련 IMF는 최근 발표한‘주요 20개국(G20) 상호평가절차를 위한 총괄보고서(Umbrella Report for G20 Mutual Assessment Process)’를 통해 주요국의 통화정책을 분석하면서 "한국은 여전히 높은 기대인플레이션 때문에 기준금리를 완화할 여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특히 선진경제의 경우 기준금리가 상당히 낮음에도 더 많은 완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도 한국은 예외가 될 수 있다면서 그 원인으로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지목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란 경제 주체들이 과거 1년을 바탕으로 앞으로 1년 뒤 물가상승률을 예상한 수치로 소비자 심리를 잘 보여주는데다 실제 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IMF의 이같은 지적은 한국은행이 기대인플레이션 잡기에 사실상 실패해 기준금리 정책의 운신의 폭을 제한했다는 우회적인 비판이라는 지적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의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실상 한은의 기준금리 '실기론'에 닿아있다. 한은이 기준금리 정상화를 강조하면서도 지난 1년간 금리동결에 발목이 묶인 것은 선제적인 금리인상이 요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같은 달 대비)은 다행히 올해 3월 2.6%, 4월 2.5%, 5월 2.5%, 6월 2.2%로 넉 달째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월 3.9%, 4월 3.8%, 5월과 6월 모두 3.7%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소비자심리지수(CSI)와 함께 지난달부터 내림세를 멈춘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가불안의 재현을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금리 정상화의 시기를 놓쳐버리면서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김중수 한은 총재의 고민도 깊다. 실제로 김 총재는 앞서 "전체 인플레이션의 40%를 기대심리가 결정한다"고 언급해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어 지난 5월 기준금리 결정을 위해 모인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공공요금 조정 등의 방안이 거론됐으나 결국 "장기적이고 꾸준한 정책적 노력으로 시장의 신뢰를 축적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원론적인 견해에 머물렀다.
결국 기준금리 결정의 실기가 이후 글로벌 재정위기와 맞물리면서 한은의 금리정책 또한 난맥상으로 흐르고 있는 양상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결국 IMF가 지적한 한은 금리정책, 특히 기대 인플레이션에 제한된 기준금리 인하 제한은 사실상 7월에도 유효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가운데 둔화된 수출경기와 내수시장이 하방경기 저하를 알려주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은이 쥐고 있는 카드는 금리동결과 인상, 두 장 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에 대해 “지난달에 비해 인하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기준금리는 여전히 동결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 전문가는“시장에서는 꾸준히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5월 회의록 등을 참고할 때 한은은 경기저하를 고려하면서도 아직까지 동결과 인상만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당분간 인하에 대한 운신의 폭이 제한된 한은은 1년 넘은 동결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