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재정위기 우려감에도 불구하고 금 펀드들이 휘청이고 있다. ‘안전자산=금’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12일 제로인에 따르면 금 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0.14%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펀드(-9.46%) 마저 1%포인트 가까이 뒤쳐지고 있다. 유로존 이슈에 안전자산 매력이 부각되며 파죽지세로 내달리던 지난해 말과는 대조적이다.
개별펀드별로 ‘블랙록월드광업주자[주식]’이 3개월간 -17.36%를 기록해 꼴지 불명예를 안았고 ‘IBK골드마이닝자A[주식]’(-13.99%), ‘미래에셋TIGER금속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금속-파생]’(-10.50%), ‘미래에셋로저스메탈인덱스특별자산[금속-파생]’(-10.33%), ‘신한BNPP골드 1[주식]’(-9.93%), ‘KB스타골드특별자산[금-파생]’(-6.51%) 등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대외악재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금 펀드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금 투자수요가 뜸해지면서 금값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 선물가격은 지난달 초 1664달러에서 한달여만에 1574달러로 6% 하락했다.
안전자산은 미국과 독일 국채로 몰리고 있다. 실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최근 1.62%까지 하락했다. 1946년 이후 최저치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지난달 말 1.25%까지 밀려나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국채를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 역시 금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달러 수요가 증가하면 달러 가치가 오른다.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가 금을 사려면 달러로 환전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늘어난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 지표인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5% 상승한 반면 달러 대비 유로 가치는 6.6% 하락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민간과 공공부분의 금 투자가 재개되면서 금값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안전자산 선호 현상 약화되고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가 맞물리면서 금값 상승탄력이 둔화될 수도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차원에서 중장기 관점으로 접근하라고 권고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금 가격은 온스당 1500달러를 저점으로 완만한 상승 흐름이 예상된다”며 “민간부문뿐만 아니라 공공부문까지 금투자에 나서고 있는 만큼 자산 다변화 측면에서의 장기적인 관점으로 금투자는 유효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