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8198㎡(약 2만3655평). 백화점 4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와 맞먹는 넓은 땅. 하지만 이 넓은 부지에 반기는 것이라곤 까치가족 밖에 없었다. 최근 기자가 찾은 세계 최대 가구회사 이케아의 한국 1호점 부지는 황량했다. KTX광명역 바로 맞은편 상업용지, 복합단지 필지는 배관 공사를 거의 다 마치고 터닦이 공사도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도로 건너 이케아 부지는 산비탈 무너짐을 방지하기 위한 망들로만 가득했다. 두 필지 중 이케아 부지만 포크레인 한대 없이 방치됐다.
이케아는 창고형 매장이 특징으로 보통 백화점 규모의 4배가 넘는 초대형 매장에 냅킨·식기부터 침대와 장농에 이르기까지 집 인테리어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전시한다. 가구·인테리어 소품은 물론 식품과 자체 식당까지 갖추고 매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판매도 올리는 콘셉트여서 넓은 공간이 필요하긴 하다.
이케아와 KTX광명역세권을 개발하고 싶은 LH, 광명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지난해 12월 최소 금액인 2346억원에 이케아는 이 부지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낙찰금의 10%는 계약과 함께 내고 잔금은 올해말까지 치루기로 했다. 당초 업계는 이케아의 올해 초 착공을 염두에 두고 빠르면 2014년 광명점 오픈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케아는 한달이 다 되도록 착공날짜는 물론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관련 질문에 대해서도 계속 함구하고 있다.
이케아가 계속해서 함구하자 가구업계와 광명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이케아가 실제로 단지를 조성하는 데는 관심없고 시세차익을 노리기 위해 들어왔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광명KTX역 인근에 사는 주민 김철환(54·남)씨는 “이케아가 이 넓은 부지에서 도대체 뭘 할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KTX광명역 자체도 정체기에 있고 부지개발 사업도 지지부진 한 상태여서 과연 이케아가 실제로 들어올지에 대해 의구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케아의 매입가인 2346억원은 최소 낙찰금액이다. 3.3㎡(1평) 당 단가로 치면 1000만원선.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케아가 매입한 부지를 포함한 메인 블럭의 3.3㎡당 단가는 최대 1500만원선으로 264㎡(80평) 기준으로 12억원 정도다.
하지만 이케아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접 상업용지 조합원들이 매물을 하나 둘씩 거둬들여 호가가 최고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8프리미엄을 10억~30억원 가까이 부르는 경우도 있다”며 “갑자기 가격이 너무 올라 땅을 보러 온 사람들도 돌아서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나마도 땅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어 물건을 찾아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가구업계 관계자도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이케아의 기본 정책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땅 투자를 통한 시세차익도 중요한 정책 중 하다”라며 “여러가지 상황상 광명부지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이케아는 1943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홈퍼니싱 기업으로 전세계 26개국에 287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1년 기준 브랜드 가치로 세계 100대 기업 중 31위를 기록했고 매출액은 37조5000억원으로 현대자동차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