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계열 호텔신라는 커피·베이커리 브랜드 아티제의 사업철수 이유로 대기업의 영세 자영업종 진출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져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LG그룹 방계기업 아워홈도 “상생협력에 적극 동참한다”며 순대·청국장 사업 철수 이유를 설명했다.
“소상공인들의 생업과 관련한 업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통령의 압박 발언이 전해진 후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다.
MB의 “재벌가 2·3세의 빵집사업 조사하라”는 말에 삼성이 백기를 들었고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의 외손녀와 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사장의 빵집은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딸들인 성이, 명이, 윤이씨가 각각 전무로 있는 해비치호텔앤리조트가 운영 중인 ‘오젠’도 사업 철수하기로 했다.
중소상인들은 일단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 상계동에서 5년째 개인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0)씨는 “그룹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표 기업들이 골목 상인들의 먹거리마저 가져간 작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삼성의 빵집 철수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당장 재벌가 빵집이 철수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씨는 “대기업이 빵집을 하는 것에 대한 비난은 사실 심정적인 면이 강하다”고 전했따. 김씨는 오히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들과의 경쟁에 매우 힘겨워하고 있다. 가맹 전환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종합해보면 재벌가의 빵집 철수가 골목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틔어주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대통령의 압박성 발언은 재벌가의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그룹 내 일감을 몰아줘 2·3세들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관례를 깨는데는 성공했지만 골목상권의 부활은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골목의 빵집들이 프랜차이즈 빵집에 흡수되고 있지만 이는 재벌가 빵집과는 차원을 달리해 접근해야 한다”며 “중소상인을 위한다고 프랜차이즈 빵집에까지 칼을 겨눌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삼성과 현대차의 경우 주로 오피스 근처나 그룹 사옥에서 사업을 벌이며 골목상권에는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손쉽게 매장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는 장선윤(신격호 총괄회장 손녀)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의 빵집과는 차원이 다른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의 경우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이 도마에 오를 수 있지만 골목상권과는 크게 상관없어 보인다”며 “오히려 주변상권에 영향을 주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빵집에서 오너 일가가 직접 입점해 영업하는 롯데와 신세계가 문제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베이커리 전문점 사업은 그룹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아니라 장씨의 개인사업”이라며 “향후 방향에 대해서는 알수가 없다”고 못박았다.
신세계그룹도 “조선호텔베이커리는 대통령이 지적한 ‘골목상권’빵 브랜드가 아니다”며 “경쟁사가 철수 했다고 해서 우리도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