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규 LG전자 한국마케팅본부장(부사장)은 지난 19일 서초 R&D캠퍼스에서 열린 LG 시네마3D 신제품 발표회가 끝난 후 식사자리에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3D 안경을 찾았다. 경쟁사(삼성전자)와의 차별점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게 바로 3D 안경이기 때문이다.
"30~40명의 학생들이 있는 교실에 3D TV를 들여놓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3D 안경값으로 몇 만원이면 되지만 경쟁사는 몇 백만원이 들어갈 겁니다. 충전도 해야하고요. 어느 제품이 더 인기가 좋을 지는 말 안해도 알지 않겠어요?"
LG전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전자와의 독한 비교 마케팅을 선언했다. 이날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도 ‘3D로 한 판 또 붙자 2012’라는 현수막을 커다랗게 걸어놨다. 신제품 발표에 앞서 보여준 영상에서도 삼성전자와의 대결구도를 부각했다.
특히 LG전자의 마케팅을 총괄하는 최상규 한국마케팅본부장은 전무 승진 1년 만인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0년 말 한국마케팅본부장을 맡은 이후 '3D로 한판 붙자' 등 도전정신을 강조한 마케팅을 통해 강한 조직으로 탈바꿈시킨 공로를 인정받은 것. 올해도 독한 마케팅이 예상되는 이유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서로 상대방의 3D 구현방식을 헐뜯으며 진흙탕싸움을 벌였다.
LG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케팅 총력전을 펼치기로 했다. 특히 비교시연, 로드쇼, 3D게임 페스티벌, 3D영화 동시관람 초대형 이벤트가 세계 각 지역에서 펼쳐진다. LG전자는 더 많은 글로벌 고객들이 시네마 3D를 적극적으로 체험하고 독보적인 우수성을 느끼게 한다는 계획이다.
최 부사장은 "비교 시연행사를 지난해 많이 했는데 올해도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직접 한 자리에서 비교해야만 어느 제품이 우사한 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전자가 네거티브마케팅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처럼 비교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제품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선두를 따라잡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디스플레이서치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세계 시장에서 판매된 3D TV 가운데 삼성이 주도하는 SG 방식은 63%, LG전자가 사용하는 FPR 방식은 37% 점유율을 기록했다. FPR 방식이 2011년에 처음 적용됐다는 점을 봤을 땐 매우 빠른 성장세다. LG전자는 초기 3D TV에 SG 방식을 채택했지만 지난해부터 FPR로 기술 방식을 바꿨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SG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한가지 방식으로 3D TV가 표준화 된다면, 둘 중 하나는 시장에서 완전히 고립되게 된다. 적을 이기지 않으면 내가 죽는 상황인 것. LG전자로서는 점유율이 상승세지만 3D TV 1위를 뺏기 위해선 더 독해져야 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정면으로 부딪히고 뼛속까지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끝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 같은 맥락이다.
한편 올해는 차세대 TV로 주목받는 OLED TV를 삼성과 LG 모두 출시할 예정이다. 3D TV와 마찬가지로 구현 방식에서 양사가 다르기 때문에 치열한 비교 마케팅 경쟁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