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족가지마(足家之馬)세요!!”

입력 2011-09-09 07:22 수정 2011-09-09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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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윙에서는 왼팔을 펴야지요”“내리막에서는 볼을 오른발에 두는 것이 좋은데요.”

골프의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바로 ‘참견(參見)’이다. 골퍼는 유독 자기와 별로 관계없는 일이나 말 따위에 끼어들어 쓸데없이 아는 체하거나 간섭하길 좋아한다. 남을 가르치려 든다. 하일라이트는 하나를 알면서 10가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전날 머리앉은 사람이 다음 날 라운드하면서 다른 골퍼에게 레슨하는 장면은 흔한 일이다. 특히 골프연습장에서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가 돼 버렸다. 고수(高手)는 그나마 이해가 간다. 연습장의 벽면에 붙어있는 ‘프로골퍼나 코치가 아니면 아마추어에게 레슨을 삼가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도 무색하다.

그런데 말 많은 사람을 보면 대개 하수(下手)들이다. 고작 3개월 정도 치고 나면 마치 자신이 프로라도 된 듯 착각을 일으켜 초보자만 보면 레슨을 하려 든다. 미모가 빼어난 미즈가 나타나면 침을 튀긴다. 초보자가 생초보자를 만나서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아가며 지도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잘난 척 하는 골퍼는 대개 월례경기가 있는 날이면 핑계를 대고 나오지 않는다. 그날만 바쁘다. 월례경기에 나오지 않은 이유를 물어보면 다른 골프 약속이 있어서란다.

그런데 이런 골퍼는 그래도 애교로 봐줄만 하다. 더 얄미운 골퍼가 있다.

김씨. 모임에서 골프를 치면 90대 안팎이다. 하지만 늘 70대 중반을 쳤다고 자랑한다. 어느 날 동반플레이를 한 적이 있다. 3번홀 쯤 지나면 캐디에게 묻는다. “언니! 나, 1번 홀에서 파(par)를 한 것 같은데…”. 캐디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상하다. 더블보기였는데’ 하는 표정이다. 손님은 왕. 스코어는 고친다. 그는 반드시 3명의 동반자가 없는데서 말한다.

어디 이뿐이랴. 두 번 다시 함께 플레이하기 싫은 이씨도 있다. 러프에 들어가면 볼을 페어웨이로 슬쩍 꺼내놓고 친다. 그린에 올라가면 누구보다 빨리 가서 볼마크를 핀 가까이 던져 놓는다. 때로 퍼팅을 안 하고 볼을 집기도 한다. 참 어이가 없는 놈이다. 또 있다. 박씨. 주변에 워터 해저드가 있는 파3홀. 그 뒷 팀도 같은 일행. 그의 티샷은 두 번이나 해저드에 퐁당. 양파였다. 그런데 경기를 마친 뒤 시상식에서 그는 상을 탔다. 의심스러워 스코어카드를 보았더니 버디로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빨간 말뚝이 있는 워터해저드에 들어가면 들어간 지점으로부터 2클럽 이내에 드롭을 한 뒤 플레이 한다. 그런데 이렇게 하는 골퍼가 몇 명이나 될까. 대충 페어웨이 중간에 던져놓고 친다. 말하자니 쫀쫀하다고 할테고, 말 안하자니 신경이 쓰여 내 샷만 망가지고. 사실 즐거워야 할 골프가 이런 몰(沒)매너인 사람을 만나면 짜증 나고 스트레스만 폭폭 쌓인다.

이런 사람들에게 해줄 고사성어가 있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말이다. 추석연휴에 재미로 읽고 그냥 실실 거리며 웃어주시길.

중국 진나라시대. 한적한 마을. 그 마을 사람들은 신체의 일부를 따 성씨를 불렀다. 대대로 귀가 큰 집안은 이(耳)씨, 화술에 능통한 사람은 구(口)씨를 붙인 것.

이 마을에 수(手)씨 집안이 있었다. 손재주가 뛰어난 집안이었나 보다. 이 수씨 집안에 매우 우수한 말(馬)이 있었다. 이 집안의 손재주로 잘 길들여진 말이었다. 어느 날 도적들과 전쟁을 벌일 때 이 집안의 큰 아들이 이 말을 타고 나가 큰 공을 세웠다. 진시황에서 얻은 것은 큰 벼슬.

이것을 본 족(足)씨 집안은 배가 아팠다. “손재주나 달리기를 잘하는 발 재주나 비슷하니 우리도 말을 한 필 길러 공을 세우자”며 말을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도적떼가 보복하러 마을로 내려 왔다. 족씨 집안은 이를 보자마자 “수씨 집안보다 먼저 말을 타고 나가 공을 세우라”고 재촉했다. 족씨 집안의 장자는 말을 타고 나가다가 그만 대문의 윗부분에 머리를 부딪쳐 어이없게 꽥하고 즉사(卽死).

이를 지켜본 족씨는 “내가 분수에 맞는 행동을 했더라면 이 같은 참변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하며 통곡했다. 이후 세인(世人)들은 분수에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사자성어로 ‘족가지마(足家之馬)’라고 했다.

주제도 모르고 남의 일에 일일이 참견하거나 분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흔히 하는 말이다. 발음을 할 때 ‘家’를 강하게 발음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100타를 겨우 치면서 이래라 저래라 코치를 하는 초보자 골퍼에게, 혹은 스코어를 속이고 터치플레이를 밥먹듯하는 골퍼를 만나면 써 먹을만 하다. 반말로 하기 뭣하면 뒤에 “~세요”의 글자를 붙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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