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삼성에 따르면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1일자로 상임고문직에서 물러났다. 1966년 입사한 지 45년 만에 삼성그룹을 떠난 것이다.
윤 전 고문은 지난 2008년 5월 부회장 직에서 물러난 뒤 3년 간 상임고문으로 재직했다. 상임고문으로서 사용해 온 태평로 사무실도 정리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윤 고문의 퇴임은 그룹 내 인적 쇄신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부회장 사임 이후 3년의 예우기간이 끝나 물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 9인회의 맏형 격인 윤 전부회장의 퇴임은 상징성이 크다는 것이 재계 시각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2006년 기존의 구조조정본부를 축소하고 전략기획실로 조직을 재편하면서 그룹차원의 전략사업 등과 관련한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삼성전략기획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위원회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그룹차원의 전략사업 육성과 각 계열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종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던 그룹내 최상위 의사결정기구이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왔다.
당시 이 기구의 멤버는 이학수 전략기획실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김인주 전략지원팀장(사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순택 삼성SDI 사장,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 이상대 삼성물산건설부문 사장,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 이종왕 그룹법무실 고문로 구성됐다.
이 당시 전략기획위원회는 그룹내 최고의 핵심 실세 9명으로 구성돼 있어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위상을 들어 이들을 이건희 회장의 ‘왕의 남자들’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이번 윤종용 부회장의 퇴임으로 ‘9인회’ 가운데 김순택 미래전략실 부회장과 유석렬 삼성토탈 대표 만 남았다.
재계에서는 최근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며 “삼성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있다”는 질타로 시작된 자정 바람이 과거 인사들을 정리하고 인적 쇄신에 나서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재용 사장 시대를 대비해 ‘젊은 삼성’ 체제를 조기에 구축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이 계열사에 대한 감사와 문책 인사 등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모두 바꾸라’고 했던 1993년 당시와 유사한 점이 있다”며 “연말 정기인사에서 지난해에 이어 젊고 능력 있는 인재로 대대적인 인적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당시 이 회장은 행정고시 출신의 현명관 삼성종합건설 사장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해 삼성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을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