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자라고 하면 궁지에 몰린 돈 없는 서민에게 빚을 떠안기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를 되받아내는 고리대금업자의 모습을 연상한다.
하지만 서민들에게 있어 최종대부자인 대부업체는 필요악으로서 현재 서민금융시장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업체가 사라지더라도 누군가는 최저 신용층을 상대로 고금리 신용대출을 담당해야 한다.
정책 당국의 관심은 오로지 금리 인하에만 쏠려있다. 대안 없이 계속되는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제는 대부업체를 진정한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때다.
◇ 음지로 숨는 대부업체= 최근 3년 동안 대부업법상 법정 상한금리는 66%에서 44%로 내렸다. 올 하반기에는 5%포인트가 추가로 인하된다.
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이 줄어든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총 9985개다. 지난 2009년 말 1만904개보다 919곳(8.4%)이 줄어든 것이다. 법정 상한 금리가 66%에서 현재 44%, 올 하반기 39%로 빠르게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업계는 이들 중 일부가 무등록 업체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등록 업체로 음지에서 영업해도 충분히 돈을 벌 수가 있는데 굳이 등록을 해서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 대부업체의 파산은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다. 일본은 지난해 법정상한금리가 29%에서 20%로 인하됐다. 이에 일본 1위의 대부업체 다케후치가 법정 관리에 들어가는 등 일본 대부업계가 급속히 침체되고 ‘돈 빌리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여론이 들끓는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개인 소득의 1/3 이상 대출해줄 수 없다는 총량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등 정책이 선회하고 있다.
◇ 금리 인하 환경 조성이 우선= 무엇보다 고금리 문제가 해소가 돼야 대부업체와 서민간의 간격이 더욱 좁혀질 수 있다. 대부업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고금리 해소 이외에는 답이 없다.
문제는 원가 자체가 높다는 점이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리드코프 등 상위 40개 대부업체의 평균 대출원가금리는 36.7%다. 조사 대상 중 13개 업체의 대출원가는 오는 7월 변경될 상한금리 39%보다도 높다.
대출원가 중에서는 대손비용이 11.78%, 차입비용 9.86%, 관리비용 7.37%, 모집비용 7.34%다. 대부업체들은 금리가 떨어지면 대출 가능 고객군을 상향해 대손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출 원가를 낮추게 된다.
전문가들은 조달 관련 규제를 풀어야 대출 원가가 낮아지고 금리 경쟁도 촉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금리가 낮아지면 자연히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대부업체는 은행에서 차입할 수 없고, 캐피탈사나 저축은행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저축은행은 총 여신의 10%까지만 대부업체에 대출해줄 수 있다. 또 대부업체는 공모 채권을 발행할 수도 없고 상장도 불가능하다.
한국기업평가 유준기 책임연구원은 “여전히 여타 금융업권이 저신용 고객에 대한 신용대출 공급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업체의 자금조달이 제한돼 저신용자 신용대출 시장은 수요 초과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공모사채 발행, 유가증권 시장 상장 등을 통해 조달비용이 하락하면 신용대출 공급이 증가하고 대출금리 인하 여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