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힐’과 ‘켄트’ 등 일부 외국 담배 브랜드가 가격을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담뱃값을 100원이라도 올리면 해당 제품을 즐겨 피우던 애연가들의 30% 이상이 다른 제품으로 바꾸겠다는 내용입니다. 200원 올리면 30%, 300원 올리면 45%에 달했습니다. 특히 이 설문조사가 실시되기 전에 가격을 200원 올리겠다고 발표한 BAT코리아(던힐 등)의 구매자들은 불특정한 경우보다 높은 38%가 다른 담배를 사 피울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과연 그랬을까요? 던힐의 담뱃값이 200원 오르던 4월 28일 A편의점 전체에서 그 전날과의 판매액 증감률을 살펴보니 BAT코리아가 19.8%나 줄었습니다. KT&G는 2.5% 정도 줄어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B편의점에서는 40.6%나 줄었고, 전 주 같은 날과 비교해보니 15.5%가 줄었습니다. 수치상으로는 판매량이 많이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기 하루 전날의 담배 판매량은 평소에 비해 30~40% 증가했습니다. 오르기 전에 한 두갑 더 사놓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했겠지요. 외국산 담배가 많이 팔리는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27일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해 가격인상 당일 줄어든 것은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고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던힐 가격이 올라도 크게 개의치 않는 소비행태를 보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하루 이틀 통계를 보고 시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긴 힘들지만 일단 가격을 올렸어도 소비자들의 저항력이 높지 않았던 걸로 판단됩니다.
외국산 담배를 피우는 소비자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제품의 특성을 동일화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약간 추상적이지만 담배맛은 물론 담배의 브랜드 소비가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담배맛의 ‘중독’과 소비의 ‘중독’은 국산과 양담배 구분없이, 가격과 관계없이 자기 자신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찾게 만듭니다.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소비자들의 이런 심리를 꿰뚫고 있었을까요? 조금 더 지켜보면 알 수 있겠지만, 가격을 8% 올렸어도 아직까지 제품에 대한 충성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