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보면 합당하다. 하지만 정부가 연기금의 에이젼트이기 때문에 기업경영에 관여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공 소장은 “사외이사 선임이나 감사 선임 같은 것은 간섭에 속한다”며 “일례로 금융기관에 정부 기관 관련자의 감사선임이 낳은 부작용이 많았다”고 했다.
다만 정부나 연기금에서는 인풋(In-Put)보다 아웃풋(Out-Put)에 관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들(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데 이러한 경우는 정부나 연기금의 감시를 필요로 한다”며 “국민연금이 경영 협조라던지, 적대적 M&A 방어에 백기사 역할을 한다는 것이라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의 발언이 일파만파로 해석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공병호 소장은 “현 정부가 보수우익 정부로 출발해 쇠고기 파동·촛불시위를 겪으면서 극단적인 조치로 본의 아니게 필요 이상으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임기 초기의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극단적으로 기업들을 밀어 붙이면서 반발도 커진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명박 정권은 보수우익 정부로 출발했지만 임기 중간에 ‘중도 강화론’을 내세우면서 정치 원칙이 없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권 초기에는 친 기업 정책을 지향했지만 최근에는 규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관료조직과 유관단체들을 통해 옥죄기에 나섰다.
이어 그는 “여전히 정부의 행보가 극단적으로 이어지면서 곽 위원장의 발언이 더 크게 비춰지지 않았나는 판단도 된다”고 덧붙였다.
곽승준 위원장은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경제학과 교수다. 곽 위원장의 발언은 정치인 보다 교수로서 발언에 가깝지 않느냐는 게 공 소장의 생각이다.
실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는 ‘초과이익공유제’ 발언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인 바 있으며 경제계와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정치와 교육은 다르다. 관료들은 말실수를 조심한다. 교수출신의 관료나 정치인들은 돌발 발언으로 어려움을 겪곤 한다.
공병호 연구소장은 “ ‘국민연금의 기업 경영권 견제’라는 한 단어로 회자되면서 반발심이 컸지 않았나 한다”며 “특히 교수출신들은 언론에 대응하는 훈련을 받지 않아서 단어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