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민간 배드뱅크(Bad Bank)’ 추진을 거론하면서 설립 가능성은 커졌지만,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초기 검토 단계”라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드뱅크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낯선 용어다.
배드뱅크는 부실 금융위기관을 정리하기 위해 자산을 우량자산과 부실자산으로 나눈 뒤 부실자산만 인수해 관리하는 자산관리은행이다. 부실채권을 정화 처리하는 청소부 역할을 하는 곳으로 보면 무리가 없다. 배드뱅크와 대비괴는 굿뱅크(Good Bank)는 우량자산만 관리한다.
배드뱅크는 1980년대 후반 경기 후퇴로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미국의 저축대부조합(S&Ls)과 콘티넨털은행, 멜런은행 등의 부실처리를 위해 처음 설립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5월 배드뱅크 ‘한마음금융’이 생겼다. 이듬해에는 한마음금융의 특수목적회사(SPC) 형태로 2차 배드뱅크인 ‘희망모아’가 설립됐다. 다만 우리나라의 배드뱅크는 해외사례와 달리 주로 신용불량자의 신용회복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 카드사태로 다중채무자가 발생하며서 한마음금융에서 연체 채권을 사들여 처리했다.
국내 첫 민간 배드뱅크는 부실채권처리기관인 ‘유암코’다. 유암코는 2009년 10월 국민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농협 등 6개 은행이 금융 위기에 따른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1조 5000억원의 출자와 대출을 통해 설립됐다.
이번에 추진되는 배드뱅크도 민간 중심으로 PF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도입되는 것으로 일반적인 의미의 부실금융기관 정리와 다르다.
한편 시장에선 이번 배드뱅크가 성공하면 카드 등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 모델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배드뱅크 경영이 방만하게 흐르지 않도록 출자금융기관들을 철저히 감시·감독하고 참여 금융기관 간 사전적인 손실분담 원칙 등을 잘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