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하이트-진로그룹은 하이트맥주 사장에 김인규 부사장을, 진로 사장에 이남수 전무를 각각 승진 발령하고 이장규 하이트맥주 대표이사이자 하이트진로그룹 부회장을 그룹 고문으로 발령내는 등 경질성 인사를 단행했다.
실적이 잘나가던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하이트진로측에서 이날 진로와 하이트맥주의 전격적인 합병을 발표한 후 성공적인 합병을 위해 인사를 단행한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실적악화로 나타난 경영능력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고 풀이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2007년 그룹 부회장 취임 후 지난해 하이트맥주 대표이사 까지 올랐지만 결국 실적악화에 대한 책임이 뒤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통합에 맞춰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은 하이트맥주 취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부터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이 부회장은 2007년 8월 부회장으로 취임 후 지난해 3월 전격적으로 하이트맥주 대표를 맡으며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쳤으나 실적은 내리막길을 면치 못했다.
취임 6개월과 동시에 내놓은 2010년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1%. 21.6% 감소한 2729억원, 458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어닝 쇼크','아직 터널 안은 어둡다' 등 부정적인 멘트와 함께 하이트 맥주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췄다.
2010년 연간 실적도 전년 대비 23.8% 감소한 1390억원, 당기순이익은 29% 줄어든 705억원에 그쳤다. 사실상 오닝쇼크 수준으로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이장규 회장의 능력을 문제 삼으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오비맥주가 최근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며 시장점유율을 늘려가는 것도 이 부회장에게는 악재였다. 지난해 12월까지 오비맥주가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48% 가량을 차지하면서 52%인 하이트의 턱밑까지 압박했다. 점유율 차이가 같은 해 9월에 비해 3% 가량 더 줄어들었다.
결국 올 1월 맥주시장점유율에서 출고량 기준으로 오비맥주의 카스가 43.1%를 차지한데 반해 하이트는 41.8%를 기록해 17년만에 오비맥주에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박문덕 회장의 총애를 받으며 진로 합병이후 하이트진로그룹의 발전을 꾀했지만 결국 실적이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