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지사 본선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한나라당 엄기영, 최문순 후보에 대한 현지 민심은 한마디로 ‘무관심 속 박빙’이다.
강원도민들은 이광재 전 지사 이외에는 ‘엄기영-최문순’ 두 후보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두 후보는 강원도민들에게는 아직도 생소한 ‘이방인’이다.
결국 4.27재보선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서는 강원도에 퍼져있는 ‘이광재 향수’속에서 얼마만큼 자신만의 색깔을 내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실제로 도내 가장 큰 ‘표밭’인 춘천시 중앙동 재래시장에서 만난 도민 대부분은 선거관련 질문에 약속이나 한 듯 이 전 지사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황모씨(40)는 “엄기영, 최문순 두 후보 모두 강원도에 대해 뭘 아느냐. 이 전 지사가 차라리 낫다”며 “둘 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조금이라도 서민을 위한다는 느낌이 드는 후보 쪽으로 투표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소양동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이모씨(57)도 “이 전 지사 참 좋았는데 검찰이나 높으신 분들이 해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 같아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엄기영·최문순)모두 언론인 출신이라 진정 강원도를 위한 정치를 할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시장 인근 목욕탕에서 만난 도민들의 반응도 한결 같았다. 조기축구 멤버들이라고 밝힌 한 무리의 40~50대 남성들은 이 전 지사 언급에 ‘우리 이광재’라며 친밀감을 드러내면서도 두 후보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거리감을 나타냈다.
당장 도민정서 밑바닥에 깔려 있는 ‘이광재 동정론’을 감안하면 최 후보의 파괴력이 좀 더 커 보이는 게 사실이다.
강원도가 역대로 한나라당의 ‘텃밭’이지만 야권인사인 이 전 지사가 당선됐던 점은 의미심장한 복선이었다. 실제로 요동치는 민심은 4.27재보선을 앞둔 현재도 유권자의 핵심층인 40~50대 일부 중장년층에서 감지된다.
명동거리에서 만난 강모씨(50)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최 후보를 찍을 것”이라면서 “이 전 지사의 후계를 자처하고 있고, 엄 후보처럼 신념을 꺾은 선택(한나라당행)을 한 적이 없다”고 최 후보에 대한 지지 이유를 밝혔다. 중앙동시장에서 보석상을 운영 중인 조모씨(44)도 “저와 아버지도 한나라당 지지자였으나 지난해 재보선에서는 이 전 지사를 찍었고 이번에도 최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최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엄 후보의 ‘인지도 파워’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여성과 20대 학생들에게도 엄 후보의 MBC앵커시절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돼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양동 슈퍼마켙 여주인 이모씨(69)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엄 후보는 알겠더라. 야당에서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사사건건 잡는 것 같다”며 야당 후보에 거부감을 내비쳤다.
대학생 이모씨(24)도 “정치적 선택을 제외해도 당장 주위 사람들과 친구들도 엄 후보는 아는데 최 후보는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엄 후보의 우세를 점쳤다.
강원도 인구구성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노년층의 한나라당 지지성향도 건재했다. 부동산중개업에 종사하는 최모씨(76)는 “집권여당이 국정운영이나 사업을 원활히 추진하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후보로 누가 나오든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