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스캔들의 주인공 덩신밍(鄧新明·33)씨는 이권 개입을 위해 의도적으로 한국 총영사관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 ‘색계’(色戒)를 현실에서 재연한 것이다.
9일 상하이 주재 총영사관 등에 따르면 덩씨는 사직한 H 전 영사와 작년 5월경 상하이 시내 도로에서 자동차 접촉사고가 발생하면서 처음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연한 사고일 개연성도 있지만 덩씨의 그간 행적을 미뤄볼 때 계획적인 접근이었다는 데 무게감이 더해진다. 덩씨는 중국 공안국을 통해 개인통화내역은 물론 CCTV 위치정보를 수시로 알아낸 전력이 있어 H 전 영사의 이동경로를 파악한 후 고의로 접촉사고를 냈을 것이란 해석이다.
유창한 한국어에 빼어난 외모와 재력을 갖춘 덩씨는 접촉사고 직후 H 전 영사와 깊은 내연관계에 들어갔으며 담당자였던 H 전 영사에게 비자신청 대리기관 지정을 요청했다. 덩씨는 H 전 영사 외에 김정기 전 총영사에게도 같은 요구를 했으나 결국 지정은 받지 못했다.
덩씨는 또 H 전 영사에 접근하기 전 이미 귀국한 K, P 등 다른 영사들과 접촉하면서 사전정지작업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회 국방위 간사이자 정보위 소속인 신학용 민주당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건은 2004년 상하이 주재 일본 총영사관 직원이 중국 정보당국의 미인계에 당한 사건과 흡사하다”면서 “특히 덩씨가 (한국 영사들로부터) 수집한 기밀 내용을 보면 중국 스파이일 개연성이 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