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원료인 원맥 가격이 올 초부터 또다시 급등세로 돌아서자 정부의 물가단속으로 밀가루값 인상을 하지 못한 제분업체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중소제분업체들은 “이대로 가다간 적자가 계속돼 자칫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안좋다”면서 채산성 악화에 따른 기업 실적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국제 원맥값은 지난달 31일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부셸당 840.75센트(3월 인도분)에 거래를 마쳐 1월 한 달간 5.8%나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77.4%나 뛰었고 지난 해 5월에 비해서는 두 배 넘게 폭등한 상태다.
하지만 설 연휴가 끝난 뒤 정부의 물가관리가 조금 느슨해지면 밀가루값을 올릴 예정이었던 업체들은 여전히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집트 사태가 촉발한 원자재값 상승이 물가인상을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업들을 더욱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소 제분업체 대표는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원맥값이 올라 가격인상 요인이 충분했지만 내부에서 인상분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채산성이 악화돼 구조조정까지 진행했지만 이대로 가다간 회사 문을 닫을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분업체 임원은 “원맥값이 폭등한 시점인 지난 7월 수입 물량이 지난해말 부터 가공되기 시작해 수주 내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올해 장사는 끝이다”며 “버틸 때까지 버텨 보겠지만 대부분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사정이 이런데도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실정은 정부의 압박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전달된 정부 방침은 없지만 공정위가 올 초부터 식품업계에 대한 일부 담합 사실을 언론에 흘리면서 업계에서는 서로 가격이야기를 꺼냈다간 담합으로 몰릴 소지가 농후하다는 피해의식이 팽배하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업체들끼리 전화 한 통 하기 힘들다. 가격과 관련된 말은 더욱 입에 담지 못할 정도”라고 싸늘해진 분위기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