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란 딜레마 빠져있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국 ‘물가안정’을 택했다. 금통위가 올해 첫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 인상한 연 2.75%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금통위가 새해 벽두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12년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려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과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관례적으로 연초에는 자금 조달 등을 고려, 금리 변동을 자제해왔다.
금통위가 지난 1999년 이후 단 한번도 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가파른 물가상승세를 안정시키기 위해 거시적 대응이 급선무라는 정책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가 공공요금 및 대학 등록금 동결·억제 등 온갖 미시적 대책을 총동원하는 동시에 공정거래위원를 ‘편법활용’하면서까지 물가잡기에 여념이 없는 상태에서 실질적으로 물가 억제 효과를 보기 위해선 금리인상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이동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대통령이 강조한 3%의 물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9월 3.6%에서 10월 4.1%, 11월 3.3%, 12월 3.5%를 기록했다. 9월 이후 한은의 물가목표 중심치인 3%를 계속 웃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서민들이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식료품과 신선식품의 물가급등은 지난 연말을 지나면서 일단락된 듯 보였지만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2년여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다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밖에 유가 등 원자재값 상승, 경기 회복기대감에 따른 수요 증가, 최근 서서히 늘고 있는 부동산 매매, 글로벌 유동성으로 인한 자본의 유입과 이로 인한 주식 등의 자산가치 급등 등도 금리인상을 부추겼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금리인상으로 물가 안정에 대한 정책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시켜준데다 원화값 상승을 유도,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면서 “최근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가계대출에 대해서도 ‘경고 메시지’를 주는 부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선 이번 금리인상에 따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통위가 금리를 인상했지만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인 가능성과 높은 경제성장률 목표치, 부동산 경기부양정책 등을 감안하면 믈가상승 억제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무라증권 관계자는 “정책당국이 원화강세 억제를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할 경우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압력 확대를 억제하기 어렵다”면서 “또 정책당국이 물가안정보다 경제성장에 더 중점을 둘 것이라는 기대가 커질 경우,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장기간 3%를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최근 물가 불안은 농산물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즉 공급 측면에 따른 것”이라며 “수요 측면의 물가압력은 금리인상으로 완화할 수 있지만 공급 측면은 (금리인상에 따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부진과 기업경기 둔화도 금리인상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노무라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한 규제완화를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부실대출 확대 우려로 한은이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프로젝트를 중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