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게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게임에 대해 문외한인 어머니가 어느 날 게임 담당 기자인 딸에게 엔씨소프트가 정말 대단한 회사냐고 물으셨다.
한국 프로야구는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적 대중 스포츠기 때문에 프로야구 창단에 성공할 경우 기업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소비자의 신뢰를 얻음으로써 기업 가치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결정은 실상 쉬운 것이 아니었다. 프로야구단은 창단하는데 300억원 규모, 연간 150억~200억원의 운영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돈을 쓰기위한 투자인 셈.
사실상 그만큼의 돈이 없어져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도 악재로 작용했으며 실제 주가는 22일 6% 넘게 급락했다. 다행히 프로야구단 운영으로 인한 손실이 1~4%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해볼만 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감이 어느 정도 해소돼 현재는 20만원대 주가를 다시 회복했다.
엔씨소프트의 과감한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2001년 ‘울티마’ 시리즈를 제작해 전설적인 천재 개발자로 꼽히는 리차드 게리엇을 영입하고 ‘타뷸라라사’를 개발하는데 당시로서는 막대한 금액인 약 15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엔씨소프트는 2002년부터 2005년에 이르기까지 산악인 박영석 대장의 세 번에 걸친 남·북극 원정에 수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는데 이 모든 것의 중심엔 ‘도전정신’을 외치는 김택진 대표가 있었던 것이다.
김택진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보유주식이 총 540만6091주(지분율 24.90%)에 달하며 단일 최대주주라 사실상 무시 못 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주들의 반대 목소리에 부딪힐 가능성이 적어 이런 도전이 가능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게임업계 내에서도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단 창단 의향서 제출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대체로 최근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엔씨소프트가 반드시 ‘홈런’을 쳐내길 응원하고 있는 것.
또 만약 중도 포기하거나 철회한다면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도 공격적인 투자로 단기간에 강팀이 됐지만 대주주였던 하이닉스 반도체의 경영이 악화되자 바로 공중 분해돼 야구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얼마 전 국내 장애인 도우미견 보급을 통해 사회공헌을 해오던 삼성이 최근 리조트사업 수익성악화를 이유로 갑작스레 담당인력을 줄이고 청각도우미견 보급에는 아예 손을 뗀 것이 논란이 됐다. 분명 기업의 목표가 이윤 극대화에 있다고 해도 그 된서리는 엉뚱한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의 도전이 반드시 성공해 게임업계의 리드기업으로 거듭나길 진정 바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