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주주협의회(채권단)이 예정대로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 해지 안건 등 의결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채권단은 20일 현대그룹이 밝힌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유상증자 계획과 관련해 "(현대그룹의 발표와) 상관없이 상정된 안건에 대해 의결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지난 17일 MOU 해지안 및 주식매매계약(본계약) 체결안 등 4개 안건을 전체회의에 올렸으며 오는 22일까지 각 채권금융기관의 입장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채권단 운영위원회 소속 1개 기관이 입장을 밝힌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매각자문사나 법률자문사에 아직 통지가 온 것은 없다"며 "관련 내용이 접수되면 법률 검토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현대그룹이 앞으로 채권단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을 특수목적법인(SPC)으로 활용해 해외 재무적 투자자(FI)나 전략적 투자자(SI)를 끌어들여 수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해 현대건설 인수 대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측은 "(이런 방안을 활용하면)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이 현대그룹 컨소시엄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구성원 변경에 따른 채권단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기존에 프랑스 나티시스 은행으로부터 빌린 1조2000억원과는 별개"라며 "다만 유상증자가 확정되면 나티시스 은행의 대출금을 이 돈으로 갚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이 조달한 자금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현대그룹과는 별개 법인이기때문에 현대그룹 전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해석했다.
또 그동안 채권단은 자본금이 30억원에 불과한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이 어떻게 1조2000억원을 무담보, 무보증으로 빌릴 수 있었느냐에 의혹을 제기했는데,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이런 의혹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MOU가 해지되는 마당에 거액을 투자할 해외 투자자들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향후 소송에서 논리적인 헤게모니(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