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9년 만에 주인 찾기에 나선다.
23일 금융권과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24일 현대건설 지분 매각 공고를 내고 11월 초 본입찰을 실시해 12월 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본계약 체결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2001년 8월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이후 9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된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현대건설 매각 문제는 인수자의 경영능력도 봐야 하지만 공정경쟁이 중요하고, 가격도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만 수면 위에서 경쟁을 벌여왔다.
현대그룹은 2006년부터 지속적으로 인수의지를 밝혀왔다. 2000년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에게 현대건설을 맡긴데다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참여 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최근 신규 여신 중단과 만기도래 채권 회수 등 채권단의 공동제재를 풀어 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져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게 됐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으로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실적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는 신규 여신 중단 등 걸림돌이 제거돼 추진과정에서 탄력이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차그룹 역시 4조원이 넘는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현대가의 모태기업인 현대건설 인수에 적극적이다.
고 정 명예회장의 차남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재 현대가의 장자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모태기업인 현대건설을 현대차그룹이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KCC 등 범현대가(家) 그룹들이 현대차의 현대건설 인수를 지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편 채권단은 현대건설 인수자의 구체적인 자격 요건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당국에 자문을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