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부회장이 새 사령탑으로 내정된 것은 우선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 차원으로 보인다. 구 부회장은 지난 1987년부터 1995년까지 금성사(LG전자 전신)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후 LG전자와 LG반도체,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등 25년간 전자관련 계열사에서 근무한 경험도 이번 인사의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구 부회장이 LG필립스LCD를 이끌 때 대규모 실적 악화가 발생, 경영진으로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이후 와신상담 끝에 LG상사의 실적을 대폭 개선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구 부회장 선임의 또 다른 배경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체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총수 일가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구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작업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LG그룹은 현재 지주회사인 (주)LG가 LG전자, LG화학, LG U+ 등 주요계열사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 등 총수 일가는 그룹의 지배구조의 정점인 지주회사 (주)LG의 지분 보유를 통해 그룹 전반을 장악했다.
(주)LG는 구본무 회장이 10.68%를 보유하고 있으며,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이 각각 5.03%, 7.63%, 4.4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특히 차기 LG그룹의 경영권을 누가 이어받을 지도 관심이다. 현재로서는 구본무 회장의 양아들 광모씨가 지주회사인 (주)LG의 지분 4.72%나 보유해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광모 씨가 아직 경영수업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룹 전반에 대해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본준 부회장이 그룹 주력 계열사인 전자 대표로 자리를 옮기면서 본인의 명예회복과 함께 경영권 승계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실제로 광모씨는 30대 초반으로 나이가 어리다. 광모 씨가 그룹 경영에 뛰어들기에는 경험과 연륜이 부족하기 때문에 광모 씨가 자리를 잡기 이전까지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 대표를 시작으로 형인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최근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총수 일가가 CEO로 내정되면서 앞으로 TV사업과 휴대전화 사업 등 실적악화의 주범으로 꼽혔던 사업부문을 어떻게 개선할 지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