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이요? 그건 양반이죠. 미입주가 가장 큰 걱정거리 입니다"
한 대형 건설사 노조위원장이 최근 사석에서 기자에게 한 말이다. 사연은 이렇다. 공사가 마무리 되고 계약자들이 입주 후 잔금을 치르게 되면 건설사도 초기에 빌렸던 토지매입비.건축비를 갚아야 한다.
하지만 계약자들이 입주를 미루게되면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들어오는 돈은 적고 나가는 돈이 많아진다는 것이 요즘 건설사들의 고민거리다.
때문에 건설사들은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수요자들의 구매 심리가 되살아 나야지 신규 분양주택도 팔리고, 회사로 돈도 들어온다고 주장한다. 대출규제가 완화돼야 입주자들의 기존주택이 팔려 잔금 마련이 용이해지고,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자들도 보다 쉽게 자금을 준비할 수 있어 거래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이 분양주택을 1억~2억까지 깍는 등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는 분명 한계가 있는 것으로 소비자들의 심리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더 어려워 질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실거주자를 위주로 한 DTI규제 부분 완화보다는 전반적인 양적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사금액을 다 투입하고도 입주가 부진해 금액을 회수하지 못하는 건설사들은 입주가 지연될수록 채무보증에 대해 한 달에 수십~수백억원의 이자만 고스란히 날리고 있다. 건설사들이 금융사에 지는 채무보증은 PF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과 중도금 대출액에 대한 지급보증이 주를 이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공시된 대형 건설사들의 채무보증액은 갈수록 늘고 있다. 도급순위 10대 건설사 중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A건설사의 채무보증액은 9조4936억원이고 B건설사는 8조9669억원, C건설사는 7조528억원 등 엄청난 금액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에서 2.25%로 상향조정했고 앞으로도 몇 차례의 금리 인상이 예상돼 업계에서는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책임연구원은 "건설사는 미입주를 해소하기 위해 분양가를 할인하거나 임대 전환 등의 방법을 마련하는 한편 기존 입주자들도 배려해야 한다"며 "정부도 투기위험지역이 아닌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대출, 세제 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