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투자보다는 현금 보유나 주주 배당에 치중하면서 생산성 저하가 우려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 박상수 연구위원은 11일 '한국기업 자금운용 보수화 경향 뚜렷'이란 보고서에서 12월 결산법인 1534개사의 자금운용과 유형자산 투자 동향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지속적으로 늘어 2000년 말 31조1751억원에서 지난해 104조3617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은 9년 동안 연평균 14.4%씩 늘어난 셈인데, 이는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7.1%)이나 전체 자산 증가율(8.0%)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유형자산(토지 제외)은 같은 기간 해마다 2.8%씩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5%에서 25.3%로 계속 작아졌다.
박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실물보다 금융자산 투자를 좋아한 결과"라며 "불확실성, 산업의 소프트화, 경영자의 자신감 결여, 단기 성과주의 등으로 기업들이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업의 생산 설비는 빠르게 낡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감가상각비와 총투자금액 등으로 생산설비 노후화 비율을 계산해 보면 이 비율은 2000년 35.5%에서 지난해 56.0%로 2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건물과 기계 등 설비 자산의 사용 가능 기간이 원래 100년이었다면 이제는 44년 정도만 남았다는 뜻이다.
박 연구위원은 "국내 상위 100대 기업의 자금 운용 보수화 정도를 대만, 중국, 미국, 일본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가 월등히 높았다"며 "생산 설비가 낡으면서 기업의 생산성이 낮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