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는 정유 플랜트가 완공되면 중국과 인도에 이어 중동의 물량공세로 글로벌 정유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불가피해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플랜트업계는 대형 플랜트 공사 입찰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기 문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동 국가들이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대규모 정유 플랜트 건설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는 오는 9월 하루 생산량 40만배럴 규모의 정유 플랜트 건설을 위한 국제 입찰에 들어간다고 최근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는 미국 정유사 코노코필립스와 공동으로 역시 하루 40만배럴을 정제할 수 있는 얌부 정유공장을 발주할 예정이다.
지난 4월 아람코와 프랑스 토탈(Total)의 합작사인 사토프(SATORP)가 발주한 사우디 주베일 정유 플랜트는 최근 삼성엔지니어링과 대림산업, SK건설이 전제 12개 공구 중 4개공구(28억4000만 달러 규모)의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주베일 프로젝트는 하루 평균 40만 배럴 처리할 수 있는 정유공장을 건설하는 것. 이들 정유 플랜트의 석유품 생산규모는하루 160만 배럴로, 국내 정유4사 하루 전체 생산량(280만 배럴)의 절반을 넘는다.
또한 말레이시아의 메라포(Merapoh)사가 발주한 총 사업규모의 70억달러 '메라포 정유공장 신설 프로젝트'는 지난 15일 SK건설이 기본 계약을 체결하면서 초대형 정유 플랜트 가동을 예고하고 있다. 메라포사는 국제적으로 파이낸상을 추진할 예정이여서, 그 후 정유공장 건설이 본격적으로 수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규모 정유 플랜트 발주 계획이 잇따라 나오는 것은 원유값이 오르면서 산유국들이 한동안 보류하거나 취소했던 공사의 발주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이 유가를 배럴당 50달러를 기준으로 재정을 세웠는데 현재 원유값이 60달러 선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여유가 생겼다"면서 "특히 "중동 국가들이 앞으로 2~3년 시장 상황을 예측해가며 정유설비 등 플랜트 확충에 나서야 하는데 더이상은 이를 미루는 데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배럴당 140.7달러(두바이유 기준)까지 올랐던 유가가 지난해 말 바닥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최근 60달러까이 올랐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는 벌써부터 중동발(發)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 공급량이 늘어나면 국제 거래가격이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되는데다, 수출 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미 상반기 중 인도 릴라이언스(하루 58만배럴), 중국의 푸젠(14만8000배럴)과 CNOOC(24만배럴), 베트남의 페트로베트남(14만8000배럴) 등이 정유 플랜트 공사를 마치고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면서 아시아 정유사들간에 출혈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그동안 '지상유전'으로 불리며 정유사에 든든한 수익을 안겨주던 고도화설비마저 역마진으로 돌아서는 등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 단순정제마진도 최근 배럴당 -3달러 이상으로 확대됐다. 휘발유, 등·경유 등 석유제품을 만들어 팔면 팔수록 배럴당 3달러 이상의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물량이 늘어나며 결국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인하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다만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 공급량도 늘어나 정유업체의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결국 국내 정유사들은 과당 공급경쟁에 대비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함께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노력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플랜트 업계는 그동안의 가뭄에 단비를 만난 듯 반가워 하고 있다. 원유가격 상승세와 자재가격 안정세에 힘입어 그동안 보류됐던 주요국 발주처의 대형 공사 입찰이 속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들어 약 84억달러에 달하는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 수주 실적을 올렸다.
플랜트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된 데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미뤄뒀던 발주를 재개,해외 플랜트 건설 수주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라며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초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