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거법’ 1심 선고…후폭풍 넘어 ‘폭풍 속으로’

입력 2024-11-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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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 첫 관문부터 ‘의원직 상실’ 위기

尹 대통령 탄핵시계 빨라지나

법원 “이재명, ‘당선 목적’ 허위사실 공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예상 밖 중형선고
李 “즉시 항소”…대법원까지 재판 장기화
벌금 100만 원 이상 확정시 피선거권 박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한다. 예상 밖 중형 선고라는 반응이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나온다.

▲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한성진 부장판사)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대표가 2022년 9월 불구속 기소된 지 2년 2개월 만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이 대표 관련 4개의 재판 가운데 가장 처음 나온 선고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선거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허위사실이 공표되는 경우에는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되어 민의가 왜곡되고 선거제도의 기능과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될 염려가 있다는 점에서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원 선고 직후 이 대표는 “즉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징역 2년을 구형한 검찰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하여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내놨다.

(그래픽 = 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 = 손미경 기자 sssmk@)

당초 벌금형을 점치는 의견들이 우세했다. 다만 벌금형 액수를 두고 관심이 컸던 게 사실이다. 벌금 100만 원 이상 유죄가 최종 확정될 경우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이 대표는 국회의원직을 잃고, 5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돼 202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유죄를 선고하되 벌금이 100만 원 미만일 경우 불법행위 자체는 인정되지만, 의원직과 피선거권은 유지한다.

때문에 이 대표가 무죄라고 주장하는 야당에 공세를 편 여권에서조차 ‘벌금 300만~500만 원’을 예측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 북에 “사법부 결정을 존중하고 경의를 표한다”고 올린 글을 보면, 여당마저 놀란 눈치다.

▲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뒷전’ 밀린 법정공방 빈자리, 정치공방이 채워

이번 판결이 대법원까지 가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을 상실해 2027년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져야 하는 금전적 부담 역시 작지 않다.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될 땐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 받은 대선 비용 434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 대표와 민주당 모두가 겪어야 할 후폭풍이 거센 만큼, 이후 재판이 항소심과 상고심까지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차기 대선까지 장기화는 불 보듯 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국내 정치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다음 대통령 선거 전에 정치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방향으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면 안 되므로, 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시계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4개의 재판과 1번의 유죄 평결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 사례에서 보듯 지지층 결집이 사법질서와는 무관한 정치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날 1심 재판부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대통령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본 것이다.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 또한 전날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김 씨는 이 대표의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 후인 2021년 8월 2일 서울 모 음식점에서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3명, 자신의 운전기사와 수행원 등 모두 6명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올해 2월 재판에 넘겨졌다.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가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가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백현동 용도변경에 국토부 협박’…
‘김문기와 골프 안 쳤다’ 모두 허위

재판부는 주된 쟁점 중 하나였던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의 관계성을 인정했다.

이 대표가 2015년 1월 9박 11일간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나섰고 호주 멜버른에 있는 골프장에서 함께 출장을 간 다른 성남시청 직원들은 알지 못하는 상태로 유동규‧김문기와 골프를 쳤다는 공소사실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핵심 이슈인 대장동 도시개발 사업에서의 각종 비리와 피고인과의 연관성을 끊어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성남시장 재직 시 김문기의 존재를 몰랐다’거나 ‘도지사가 되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다음에 김문기를 알게 됐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어떤 사람에 대해 ‘모른다’고 표현한 것이 공직선거법이 명시하고 있는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재판부는 또 다른 핵심 쟁점이었던 이 대표의 ‘백현동 용도변경에 국토부 협박이 있었다’는 경기도 국정감사 당시 발언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국토교통부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 용도지역을 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피고인이 스스로 백현동 부지 활용 방안으로 용도지역 변경을 검토하고 이를 내부 방침으로 정한 뒤 변경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피고인이나 성남시 담당 공무원이 국토부 공무원으로부터 ‘용도지역 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까지 받은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는 점도 짚었다.

박일경 기자 ekpark@‧박꽃 기자 pgot@‧윤희성 기자 yoonhee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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