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앞둔 대출 실수요자 불만 쏟아져
이복현 “실수요자 피해 사과…해결책 내놓을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가 실수요자 피해로 이어지자 사과했다. 당국의 의도와 달리 일률적이고 기계적인 대출 제한 조치는 당국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해결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이 원장은 4일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당국이 공식적으로 정책을 발표한 것은 2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효과적인 집행에 대한 것뿐”이라며 “은행들이 발표한 다른 조치들에 대해서는 당국이 사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개인 상황에 따라 투기목적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각 은행이 일률적이고 기계적으로 대출을 제한하는 것은 실수요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은행연합회와 협의체를 통해 문제들을 논의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께 불편을 끼친 점에 대해 은행과 당국 모두 비판을 받아 마땅하고, 이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은행권은 금리 인상, 최장대출기간 축소, 1주택자 대출 중단 등 강력한 대출 제한 조치에 나선 상태다. 대출이 막히면서 은행 창구는 아비규환이다. 특히 이번 조치 이전에 미리 대출을 신청했던 사람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대출 신청 상태에서 금리가 계속 올랐고, 대출기간이 짧아지면서 한도가 줄었고, 취급 불가 대출 상품까지 늘어나면서 소비자의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대출을 앞둔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30대 1주택 구입차주 B씨는 “신혼가구로 지난 7월에 주담대를 받아 첫 집을 마련하였는데 한도를 다소 타이트하게 맞춰 놓은 상황”이라며 “금리 변경 등 대출 실행되기 전까지 걱정이 컸던 상황이며 은행마다 안내하는 내용이 달라 애로가 많았다”고 말했다.
30대 무주택 신규구입 차주 C씨는 “주택 매입을 위해 계약금을 지급하고 은행별로 상품 조건을 비교 중인데, 잔금 일정이 10월말이라 그사이 추가적인 규제가 더 있으면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했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신규 주담대의 모기지 보험 적용 제한을 시행 중이고, KB국민·신한·우리은행는 주담대 만기를 최장 50년(34세 이하)에서 30년으로 줄인 상태다. 우리은행의 경우 9일부터 수도권 1주택자에 대해 전세대출을 아예 내주지 않기로 하는 등 강력한 대출 제한 조치에 나선 상태다. 자기 집은 세를 주고, 전세 대출을 받아 다른 집에 사는 경우를 차단하면서 실수요자들이 비상이 걸렸다. 카카오뱅크는 지역에 관계없이 1채라도 집이 있는 경우에는 주담대를 중단했다.
이 원장은 예외를 적용해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갭 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해야 한다"며 “은행권 자율적 심사 강화 조치 이전에 대출신청을 접수했거나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고객 신뢰 보호 차원에서 예외를 인정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출금리 인상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피치 못할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 원장은 “(가계대출이 월간 기준으로) 보통 5조5000억 원 이상 늘게 되면 GDP 성장률 대비 관리가 어려운데 8월 9조5000억 원 증가는 전월보다 훨씬 더 큰 것”이라며 “2단계 DSR만으로는 이같은 추세를 잡기 어렵기 때문에 다소 비난을 받더라도 그렇게(대출금리 조정)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왜 가격에 개입하느냐는 비난은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지가 뭐냐고 할 때 지금 단계에서 보면 피치 못할 입장이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