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뒤늦게 의료대란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일 브리핑에서 “지역별로, 기관별로 (환자들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며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진료 제한이 뜨면 배후진료가 어떤 사정으로 진행이 안 된다는 뜻”이라며 “매우 어려움이 큰 것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응급의료기관이 붕괴된다든지, 도미노로 운영이 중단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고 국민 불안을 증폭시킬 뿐이다(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8월 28일)”, “비상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 8월 29일)”, “6개월만 이기면 우리가 이긴다(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8월 29일)” 등 기존 입장과 차이가 크다. 정부는 그간 병상 현황, 응급의학과 전문의 현황 등을 근거로 응급의료 차질을 ‘제한적 문제’로 인식해왔다.
박 차관은 “전공의가 전체 1만3000명이고, 이 중에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공의가 1200명이고 일부는 복귀하거나 취업했다. 실제로는 1만 명 정도가 의료 현장을 떠난 것”이라며 “배후진료도 그렇고 응급실도 그렇고 역량이 평시보다 20~30%는 내려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상황에서 밀려드는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니 결국은 중증 위주로 우선순위를 정해서 할 수밖에 없고, 이게 현장의 의료진들에게는 매우 힘들고 어려운 여건”이라며 “이것은 분명히 엄중한 상황이고, 그러한 상황에 대해서는 의료기관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고비는 추석 연휴다. 복지부는 연휴 기관 4000개소 이상의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회원들에게 휴진을 권고하고 있다.
의협은 이날 ‘2024년 추석 연휴 진료 안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추석 명절 기간 동안 응급실 외 회원 여러분의 건강과 가족의 안녕을 우선하기 바란다”고 권고했다. 국민에 대해서는 “추석 기간 동안 응급진료 이용은 아래의 정부기관 또는 대통령실로 연락하기 바란다”며 129 보건복지콜센터와 119 구급상황관리센터, 120 시·도 콜센터, 대통령실 전화번호를 안내했다.
박 차관은 “대부분의 의사는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믿는다”며 “연휴 기간에, 지금 응급실이 평시보다도 역량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의료인이 참여해서 조금이라도 십시일반 돕는 마음으로 문을 열어주고, 연휴 기간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의료수요에 대응해낼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