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말과 행동에는 의도가 있다. 정치에서는 그런 것 같다. 정치인들을 만나 질문을 하다보면 아직 행간을 읽을 줄 모른다거나, 정치는 그런 게 아니다 라는 말을 종종 듣다 보니 든 생각이다. 정치초보 기자에게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순간이 숨은 뜻이 숨어있을 수 있는 수수께끼와 같다. 그래서 어렵다.
축하의 난도 그렇다.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 대표 당선을 축하하며 난을 보내기로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은 곧바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공방은 연이틀 이어졌다. 결론도 아직이다. 우리가 소통하지 못하는 건 상대 때문이라는 걸 부각하고 싶은 정치적 수사였을까, 아리송하다.
정치권에서 축하용으로 애용되는 난이 보통은 ‘소통’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번에는 축하 난이 불통의 아이템이 됐다.
이 사태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난 공방에 숨겨진 수사보다는 더 중요한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 같다. 축하 난 공방이 벌어진 3일간 관련 기사와 유튜브 뉴스 영상에 달린 900여개의 댓글을 훑어보고 든 생각이다. ‘난은 (공방하기보다는) 그냥 보내면 안되는 거냐’, ‘난보다 민생을 챙겨라’, ‘그냥 난을 보내지 마라’ 등등. 신경전에 대한 피로감마저도 읽혔다.
부정적이더라도 신경전을 분석하고, 해석하려는 의지가 남아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피로감이 쌓여 그저 피하고 싶다는 혐오감이 퍼질 때는 진짜 ‘성과’ 말고는 마음을 돌릴 길이 없을 테니 말이다. 4월 총선 당시 가장 인상 깊었던 유권자의 말이 “여당이 압승하면 좋겠다. 공방만 벌이다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 지겹다”였다.
정치는 솔직할 수 없다지만, 지금보다는 조금 더 정치초보들의 마음을 헤아려줬으면 한다. 서로의 신경을 피로하게 해서 사기를 잃게 하려다 그보다 더 수많은 정치초보들의 관심이 사라져버리는 순간이 곧 올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