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주인공은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바로 사람의 존재감에 따라 비스킷으로 보인다는 거죠. 일반적인 사람은 그냥 사람으로 보이지만 존재감이 없어서 사람들이 쉽게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은 반으로 쪼개진 1단계 비스킷처럼 보이고, 여러 사람이 있어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존재감이 약한 단계는 조각한 2단계 비스킷으로, 존재감이 아예 없어 투명인간과 같이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은 부스러기 상태의 3단계 비스킷으로 보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이 존재감 없는 사람들을 비스킷으로 인식하는 능력을 통해, 우리는 나도 모르게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얼마나 쉽게 간과하고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작가는 청소년 소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소외, 사회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사람들, 존재감 없이 그저 ‘부스러기’처럼 여겨지는 사람들을 보지 못하냐고 말이죠. 그런데 작가는 부스러기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말을 걸고, 인사를 하면, 내가 함께 해주겠다고, 너가 보인다고 말하면 그들은 다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투명인간에서 모습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흐릿했던 몸이 분명하게 보이는 변화를 나타냅니다.
학교 교실에도 존재감이 없는 친구가 있고, 아파트 윗집에도 존재감이 없는 아이가 있습니다. 바로 왕따를 당하는 친구와,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이였죠. 이들은 존재감의 부재로 인해 ‘과자 부스러기’처럼 취급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관심과 이해가 함께 한다면, 그들을 다시 ‘완전한 비스킷’으로 돌려놓을수 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사회적 약자는 목소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라고 하더군요. 존재감 없는 사람들은 단순히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 사회가 무관심하게 지나쳐버린 사람들이죠. 이들이 다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
전안나 책글사람 대표·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