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달 삼성그룹주 상위 순매수 3.6조
국내 기술주가 미국 빅테크 주가 부진의 충격을 받았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은 삼성그룹 종목에 여전히 기대감을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1~4위를 삼성그룹 종목들이 차지했다. 1위는 삼성전자로, 2조5082억 원의 순매수가 유입됐다. 그 뒤를 삼성바이오로직스(4455억 원), 삼성전자우(3421억 원), 삼성중공업(3377억 원) 등이 따랐다. 최근 한 달여 간 이들 종목의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3조6335억 원에 육박한다.
삼성그룹주를 향해 달궈진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는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주식시장 주도주로 꼽히는 다른 종목들을 대하는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대장주로 분류되는 SK하이닉스를 2조4363억 원어치 팔아치웠다. 또 HD현대일렉트릭(-1655억 원), 이수페타시스(-591억 원), 한미반도체(-98억 원) 등 인공지능(AI) 관련주를 대거 순매도했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해 2분기 잠정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다, 이달 들어 상승세를 탄 삼성전자 주가가 아직 저평가 상태라는 평가가 나오며 최근 거래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 메모리의 업황 호전에 따른 가격 상승, 비메모리 손익 개선 덕분에 실적이 매 분기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 가치사슬 편입 기대감도 삼성전자를 향한 외국인들의 시선을 쏠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당사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엔비디아) 퀄 테스트 관련 투자자들과 미디어의 관심이 상당히 큰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고객사와의 비밀유지계약(NDA)을 준수하기 위해 해당 정보에 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 퀄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HBM은 엔비디아 외 고객사향으로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고, 3분기 중에는 엔비디아향 공급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객사는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HBM 공급 업체를 늘리고 싶어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에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열풍에 상대적으로 늦게 탑승한 삼성전자가 국내 HBM 경쟁자인 SK하이닉스를 추격할 만한 단서를 내비칠지도 관심이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HBM3E가 전체 HBM 출하량 중 절반 넘게 차지한다며 4분기부터 고객향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