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 리제에서 열린 집권 정의개발당(AKP) 회의에서 자국의 방위 산업을 격려하는 연설을 하던 중 “우리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매우 강해져야 한다”며 “우리는 (나고르도) 카라바흐와 리비아에 진입했던 것처럼, 그들(이스라엘)에게도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것을 못 할 이유는 없다”며 “우리는 이런 조처를 할 수 있도록 강해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강력히 비판해온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어떤 방식으로 전쟁에 개입할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튀르키예는 지난 몇 년간 주변국의 지정학적 갈등에 여러 차례 개입했다. 2020년 내전 중이던 리비아 통합정부의 군사 지원 요청을 받아들여 병력을 파견했고, 같은 해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나고르노카라바흐 내전에서도 아제르바이잔에 드론 등 무기를 지원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이 ‘나고르노카라바흐’와 ‘리비아’를 언급한 것은 튀르키예군이 ‘팔레스타인 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워 이스라엘 영토 안에 진입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X·구 트위터)에 “에르도안이 사담 후세인의 길을 걷고 있으며, 이스라엘을 위협하고 있다”며 “그는 당시 그곳(이라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사태가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이 2003년 미국 등의 이라크 침공으로 축출됐고, 2006년 이라크 법원 판결에 따라 사형을 당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군사 개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짚으면서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튀르키예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튀르키예는 지난 5월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인 대량 학살을 비판하며 ‘이스라엘과의 교역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