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케빈 키건과 퍼거슨, 그리고 뱅거 [당신이 몰랐던 PL]

입력 2024-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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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 존스, 팀 셔우드, 피터 비어즐리 등 1992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출범 당시 22개 팀 주장단의 모습. (출처=스카이스포츠 캡처)`
▲비니 존스, 팀 셔우드, 피터 비어즐리 등 1992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출범 당시 22개 팀 주장단의 모습. (출처=스카이스포츠 캡처)`

잉글랜드 축구 리그 풋볼 디비전1이 1991년을 마지막으로 10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가 1992년 출범했다. 프리미어리그는 32년간 잉글랜드 최상위 축구 리그로 군림하며 국제대회에서 수많은 족적을 남겼다.

출범 당시 주로 영국인과 아일랜드인으로 구성됐던 프리미어리그는 현재 약 70여 개국 선수들이 뛰는 범세계적인 리그로 발돋움했다. 1992년 당시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13위에 불과했던 프리미어리그는 현재 상위 세 손가락 안에 일명 '빅리그'로 불린다.

환상적인 실력을 갖춘 선수들과 스태프들, 고유한 역사를 지닌 클럽들은 흥미진진한 경기와 진한 감동을 팬들에게 선사한다. 이들은 리그뿐만이 아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잉글랜드 풋볼리그(EFL)컵 등 자국 컵 리그와 UEFA 챔피언스 리그(UCL), 유로파 리그(UEL) 등 국제 무대에서 수많은 축구팀과 경쟁한다.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건 바로 골든 부트(득점왕). 한 시즌을 치르며 가장 많은 득점을 한 선수가 받는 상이다. 팀 득점을 책임지는 공격수에게 있어 이만한 영예가 없다. 실제로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직전 시즌인 2023-2024시즌까지 득점왕 전원이 스트라이커를 비롯한 공격수다. 11개팀에서 총 40명의 득점왕이 나왔고, 그 기록 또한 다양하다.

득점왕 출신 선수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상위권 전력을 갖춘 팀에서 나왔다. 일부 선수들은 탄탄한 개인 기량으로 득점왕 타이틀을 얻어냈다. 중위권으로 시즌을 마감한 팀에서 득점왕을 배출한 경우도 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첫 시즌 토트넘 홋스퍼 테디 셰링엄이나 1995-1996시즌 블랙번 로버스의 앨런 시어러, 1997-1998시즌 코번트리 시티의 디온 더블린 등이 그 주인공이다.

알렉스 퍼거슨과 아르센 벵거의 세기를 넘어선 라이벌 대전부터 펩 과르디올라와 위르겐 클롭의 전술 패러다임 대결까지. 변화의 시작과 끝에는 항상 프리미어리그가 있었다. 이제부터 치열했던 프리미어리그 역사 한 켠에 득점왕으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린 선수들을 소개한다. 또한, 그해 리그 우승팀과 눈여겨볼 만한 이야깃거리를 짚어본다.

1992-1993 알렉스 퍼거슨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프리미어리그 출범 첫 시즌 득점왕 주인공은 테디 셰링엄이다. 셰링엄은 당시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3경기 1골, 8월 28일 토트넘 이적 후 38경기에서 21골을 기록하며 도합 22골로 첫 득점왕 영예를 안았다. 당시 득점 랭킹 2위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 소속으로 20골을 기록한 레스 퍼디낸드다. 선두인 셰링엄과의 득점 차는 단 2골이다.

당시 셰링엄에게 있어 필드 위 최고의 짝꿍은 바로 대런 앤더튼이다. 앤더튼은 당시 34경기에 출전해 6골 11도움을 기록하는 등 셰링엄과 함께 토트넘 공격 선봉에 섰다. 아쉽게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격수 에릭 칸토나(16도움)에게 밀려 도움왕에 선정되지는 못했다. 토트넘은 셰링엄과 앤더튼의 활약에도 시즌을 8위(42경기 16승 11무 15패 승점 59)로 마감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프리미어리그는 1888년 4월 17일 탄생한 풋볼 리그 디비전1을 뒤로한 채 1992년 탄생했다. 1991-1992시즌 프리미어리그 전신인 디비전1의 상위 19팀과 디비전 2에서 승격한 3팀(입스위치 타운, 미들즈브러, 블랙번)으로 구성됐다. 1부 리그가 새로 개편된 프리미어리그 출범 첫 시즌 우승팀은 바로 맨유다.

디비전1 시절 마지막 시즌을 2위로 마감한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지휘 아래 프리미어리그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당시 맨유는 피터 슈마이켈, 스티브 브루스, 칸토나 등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의 저력을 바탕으로 42경기에서 67골을 뽑아내며 24승을 챙겼다. 맨유의 우승은 맷 버스비 경이 이끌던 1966-1967시즌 이후 26년 만이다.

▲프리미어리그 첫 득점자 브라이언 딘(오른쪽). (출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페이지 캡처)
▲프리미어리그 첫 득점자 브라이언 딘(오른쪽). (출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페이지 캡처)

셰필드 유나이티드 공격수 브라이언 딘은 개막전 맨유를 상대로 전반 5분 만에 헤더 슈팅을 성공시키면서 프리미어리그 첫 골의 주인공이 됐다. 시즌 초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칸토나는 8월 토트넘 홋스퍼와의 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앨런 시어러는 21경기에서 16골을 넣으며 유력 득점왕 후보로 떠올랐지만,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언더독의 반란을 썼던 노팅엄 포레스트가 2부 리그로 강등됐다. 노팅엄은 당초 2부 리그를 전전했던 클럽이었으나, 1976-1977시즌 1부 리그 승격 이후 1978-1979시즌과 1979-1980시즌 유러피안 컵에서 우승하며 유럽 축구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노팅엄은 1989년, 1990년 리그 컵에서도 2연패를 이어갔지만, 프리미어리그 출범 첫 시즌을 22위로 마무리했다. 강등 이후 팀 영광을 함께 했던 브라이언 클러프 감독은 18년간의 지도자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1993-1994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케빈 키건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뉴캐슬 유나이티드 공격수 앤디 콜이 새로운 득점왕 탄생을 알렸다. 직전 시즌 브리스톨 시티에서 이적한 콜은 40경기에 출전해 34골을 넣으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앨런 시어러가 당시 31골을 넣었지만, 콜의 골 폭격에 2위로 밀려났다. 놀라운 건 콜이 도움왕까지 차지했다는 점이다. 콜은 에릭 칸토나의 12도움을 제치고 13도움을 올리며 개인 2관왕에 오른다.

뉴캐슬은 당시 2부리그 우승 후 승격 시즌을 3위(42경기 23승 8무 11패 승점 77)로 마감하며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여기에 UEFA 슈퍼컵에 진출하는 성과까지 거뒀다. 팀을 이끌던 케빈 키건 감독은 11월 이달의 감독상에 선정됐다.

맨유가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며 2연패에 성공했다. 맨유는 42경기에서 27승을 거두며 단 4패로 리그 우승을 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29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 패배하는 등 무자비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맨유는 리그 우승과 더불어 FA컵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며 더블(2개 대회에서 우승)을 달성했다.

핵심 전력은 바로 로이 킨이었다. 킨은 직전 시즌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21살의 유망주임에도 불구하고 40경기에 출전, 6골 3도움을 기록했다. 킨은 팀의 2부 리그 강등에도 불구하고, PFA 올해의 팀에 선정되는 등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다. 노장 브라이언 롭슨의 대체자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선택은 받은 킨은 이적 직후부터 팀 핵심 전력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1993-1994시즌부터 리그 역사상 첫 타이틀 스폰서의 후원을 받았다. 출범 당시 FA 프리미어리그였지만, 이번 시즌부터 FA 칼링 프리미어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당시 영국에서 인기 있었던 맥주 브랜드 칼링이 1993년부터 2001년까지 프리미어리그를 후원했다. 이후 2001년 영국 바클레이 카드가 2004년까지 후원을 맡았고, 리그 이름도 FA 바클레이카드 프리미어십으로 바뀌었다.

리그는 2004년 후원사가 바클레이로 교체된 후 2007년까지 FA 바클레이 프리미어십이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 됐다. 2007년부터는 리그 이름이 바클레이 프리미어리그로 변경됐고, 2015년 6월 4일 FA가 프리미어리그 타이틀 계약을 추진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2016년부터는 스폰서 없이 프리미어리그로 불리고 있다.

1994-1995 케니 달글리시의 블랙번 로버스, 그리고 앨런 시어러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그야말로 블랙번 로버스와 앨런 시어러의 해다. 시어러는 전 경기(42경기)에 출전해 34골을 넣으며 전 시즌 득점왕 달성 실패의 설움을 풀었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 시어러는 득점왕과 더불어 11월 이달의 선수상,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 선수노조(PFA) 올해의 선수, 유러피언 스포츠 미디어(ESM) 올해의 팀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시어러는 2위와의 득점 격차를 무려 9골로 벌리며 단독 득점왕을 거머쥐었다.

시어러는 득점뿐만 아니라 도움 면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시어러는 34득점과 함께 13도움을 올리며 공격 전반에 있어 맹활약했다. 이때 시어러와 함께 블랙번의 공격을 이끌었던 선수가 바로 크리스 서튼이다. 시즌을 앞두고 노리치 시티에서 이적한 서튼은 시어러와 함께 'SAS'(Sutton And Shearer) 조합을 구축, 본인도 15골을 폭격하며 리그 우승에 일조했다. 득점 2위는 25골을 기록한 리버풀 공격수 로비 파울러다.

눈여겨볼 점은 최근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 아시아축구연맹(AFC)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을 지휘한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기록이다. 당시 클린스만은 토트넘 소속으로 41경기에 출전해 20골을 넣었다. 시즌 득점 랭킹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994년 8월에는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어러와 함께 ESM 올해의 팀에 선정된 만큼, 현역 때 축구 실력 하나만큼은 진짜였다.

▲위르겐 클린스만.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위르겐 클린스만.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블랙번과 맨유가 승점 1점차 박빙의 승부 끝에 웃고 울었다. 케니 달글리시 감독이 이끄는 블랙번이 42경기에서 27승 8무 7패를 거두며 첫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블랙번에게 있어 81년 만의 1부 리그 우승 트로피다. 리그 최다 골(80득점)을 넣으며 승점 89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 달글리시 감독은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반면 맨유는 승점 88로 준우승, 리그 3연패 도전을 마무리한다.

달글리시는 풋볼 리그 시절 리버풀 FC의 감독으로 팀을 우승시킨 경험이 있다. 그는 블랙번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두 개의 다른 팀을 우승이라는 영광으로 이끈 세 번째 감독이 됐다. 다른 두 감독은 하버트 채프먼(1923-1924, 1924-1925 허더즈필드, 1930-1931, 1932-33, 1933-34 아스널)과 브라이언 클러프(1971-1972 더비 카운티, 1977-1978 노팅엄 포레스트)다.

한편 1994-1995시즌을 끝으로 프리미어리그 소속 팀이 기존 22팀에서 20팀으로 줄었다. 따라서 최하위 4개 팀인 크리스털 팰리스, 노리치 시티, 레스터 시티, 입스위치 타운이 강등됐고, 볼턴 원더러스와 미들즈브러가 차기 시즌 1부 리그에 합류했다. 지난 시즌 EFL 컵 우승팀 애스턴 빌라는 승점 48점을 기록하며 잔류 마지노선인 18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1995-1996 ‘퍼기의 아이들’과 함께 69년 만의 우승 가로막은 퍼거슨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또다시 앨런 시어러다. 시어러가 기존 42라운드에서 38라운드로 개편된 첫해 31골을 밀어 넣으며 2년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로비 파울러와 레스 퍼디낸드, 드와이트 요크는 각각 28골, 25골, 17골을 넣었지만, 시어러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시어러는 이번 수상으로 현재까지 블랙번 로버스의 마지막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으로 자리하고 있다.

시어러의 31골 득점왕 기록은 22년 뒤에야 깨진다. 2007-2008시즌 맨유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31골을 넣으며 동률을 이뤘고, 2013-2014시즌 리버풀 루이스 수아레스가 31골 동률을 이뤘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31골을 기록하며 시어러 기록을 깨지는 못했다. 결국 2017-2018시즌 리버풀 모하메드 살라가 32골을 뽑아내며 시어러의 종전 31골 기록을 추월했다. 위 기록도 2022-2023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엘링 홀란이 36골을 넣으며 다시 한번 깨지게 된다.

1995-1996시즌은 전 시즌 우승팀 블랙번의 부진과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케니 달글리시 감독이 빠진 블랙번은 시즌을 7위(38경기 18승 7무 13패 승점 61)로 마무리하면서 좋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반면 전 시즌 6위였던 뉴캐슬은 시즌을 승점 78로 2위로 마감하면서 UEFA컵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둔다.

뉴캐슬은 UEFA컵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코앞에서 우승을 놓치며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뉴캐슬은 시즌 중반 맨유와 승점 12점 차이까지 벌리는 데 성공하며 리그 선두를 질주했다. 뉴캐슬 팬들은 1926-1927시즌 이후 69년 만의 우승 가능성에 들떴지만, 맨유가 어깃장을 놓기 시작했다. 결국 연승 행진을 벌인 맨유가 3월 뉴캐슬을 상대로 승리하면서 승점 1점 차로 추격하는 데 성공, 뉴캐슬은 잔여 경기에서 흔들리며 통한의 준우승을 기록했다.

▲앨런 시어러. (출처=프리미어리그 소셜 네트워크 X 캡처)
▲앨런 시어러. (출처=프리미어리그 소셜 네트워크 X 캡처)

승점 12점 차를 뒤집은 맨유가 리그 우승과 더불어 FA컵에서도 우승하며 '더블' 달성에 성공했다. 맨유는 리그와 FA컵을 우승하는 '더블'을 두 번 달성하는 첫 팀이 됐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올해의 감독에, 피터 슈마이켈은 골키퍼로 올해의 선수상에 선정됐다.

1995년은 맨유에 있어 특별한 해다. 바로 'The Class of 92'로 불리는, 이른바 퍼기의 아이들이 데뷔했기 때문이다. 당시 맨유는 마크 휴즈, 폴 인스 등 핵심 전력이 이탈하며 선수 영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유스 팀 멤버들을 적극 기용했다. 비록 개막전 애스턴 빌라 원정에서 1-3으로 패했지만, 이후 징계가 풀린 에릭 칸토나와 함께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니키 버트, 네빌 형제와 먼저 1군 무대에 오른 라이언 긱스가 맨유의 핵심 전력으로 활동했다.

재미있는 점은 리버풀 수비수로 맹활약한 앨런 한센의 인터뷰다. 한센은 1977년부터 1991년 은퇴 전까지 리버풀에서 뛰며 총 8회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레전드 수비수다. 한센은 맨유가 애스턴 빌라를 상대로 치른 개막전에서 3-1로 패배하자, BBC 인터뷰에서 "(퍼기의)아이들과 함께라면 이길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맨유는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한다.

1996-1997 5시즌 만에 우승 트로피 4개. 맨유의 독주와 아르센 벵거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앨런 시어러가 3연속 득점왕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25골을 넣은 시어러가 이안 라이트를 2골 차로 따돌리며 또다시 득점왕에 올랐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첫 3시즌 연속 득점왕이자 뉴캐슬의 마지막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기록이다. 3년 연속 득점왕 기록은 2006년 아스널 FC 레전드 공격수 티에리 앙리에 의해 깨진다.

3연속 득점왕만큼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강등팀에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주니뉴 파울리스타다. 브라질 출신의 테크니션인 파울리스타는 미들즈브러 소속으로 35경기에 출전해 12골 8도움을 올리며 자신의 이름을 영국에 알렸다. 당시 미들즈브러는 FA컵에서 준우승했지만, 리그 19위(10승 12무 16패 승점 39)를 기록하며 강등됐다. 파울리스타는 팀 강등 직후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시어러의 골 폭격도 맨유의 질주를 멈춰 세울 수 없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유가 리그 출범 5시즌 만에 4개의 우승 트로피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맨유는 21승 12무 5패 승점 75점이라는 역대 가장 낮은 승점으로 우승한 팀이 됐다.

맨유는 시즌 시작을 앞두고 시어러를 영입하려 했으나, 뉴캐슬이 하이재킹에 성공했다. 당시 차선책으로 영입한 선수가 올레 군나르 솔샤르인데, 그는 맨유 유니폼을 입고 전 대회에서 19골을 터뜨리며 성공적인 첫 해를 보냈다.

1500만 파운드라는 당시 세계 최고 이적료를 지출하며 시어러를 데려온 뉴캐슬은 2위로 마감하며 우승 도전에 실패했다. 당초 맨유로 이적하려는 시어러를 하이재킹한 뉴캐슬은 케빈 키건 감독 아래 우승 도전을 천명했지만, 승점 7점 차이로 준우승에 그쳤다. 키건 감독은 시즌 중 중도 사임했고, 케니 달글리시가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비록 리그는 준우승으로 마무리했지만,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아르센 벵거. (PA/연합뉴스)
▲아르센 벵거. (PA/연합뉴스)

이적 사가도 돋보인다. 패트릭 비에이라가 이탈리아 AC 밀란에서 아스널로 이적했고, 1995-1996시즌 분데리스라 우승 멤버인 패트릭 버거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리버풀로 이적했다. 리버풀 레전드 이안 러쉬는 13여 년 몸담았던 팀을 떠나 리즈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세계 무대를 호령한 선수들의 이적이 두드러진 시즌이지만, 가장 돋보인 이적은 따로 있었다. 바로 아스널의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 아르센 벵거다.

'Arsene who?'(아르센은 누구?). 비영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아스널의 지휘봉을 잡은 벵거를 두고 영국 언론들은 의문을 표했다. 당시 아스널은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는데, 브루스 리오치 감독이 선수단과 불화로 경질당한 뒤 감독 대행만 두 명을 거쳤다. 이후 일본 나고야 그램퍼스의 감독직을 맡고 있던 벵거가 선임, 10월 1일부터 거너스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구단 수뇌부와 팬들의 걱정에도 불구, 벵거는 자신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부임 첫해 팀을 3위로 이끌었다.

1997-1998 창단 100번째 시즌에 맞은 아스널의 홍복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득점왕이 3명이나 나왔다. 블랙번 로버스 크리스 서튼, 리버풀 FC 마이클 오언, 코번트리 시티 디온 더블린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한 시즌을 치르며 18골을 넣어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서튼과 더블린은 각각 블랙번과 코번트리의 마지막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 됐다.

세 선수 중 단연 눈에 띄는 건 더블린이다. 코번트리는 시즌을 11위(12승 16무 10패 승점 52)로 마감한 중위권 팀이다. 다른 득점왕들이 팀 전력이 좋았던 점을 미뤄봤을 때, 더블린의 18골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득점력만 좋은 선수도 아니었다. 더블린은 도움 10개로 오언, 테디 셰링엄, 스티브 구피와 도움 공동 3위에 랭크됐다.

오언은 리버풀의 역사를 새로 썼다. 최연소 프리미어리그 선발 출전 기록부터 잉글랜드의 마지막 발롱도르 수상까지. 특히 1997-1998시즌 26라운드 셰필드 웬스데이전 해트트릭으로 프리미어리그 최연소 해트트릭 기록까지 세운다. 해당 시즌 올해의 선수상도 오언의 몫이었다.

서튼은 1994-1995시즌 블랙번에서 시어러와 함께 'SAS' 투톱을 구성했던 공격수다. 블랙번이 83년 만에 리그에서 우승하는 데 크게 기여했던 서튼은 부상 극복 후 1997-1998시즌 18골을 신고하며 생애 첫 득점왕에 오른다.

▲데니스 베르캄프.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데니스 베르캄프.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아스널 FC가 알렉스 퍼거슨의 맨유에 경고장을 내밀었다. 아스널은 창단 후 100번째 시즌에 아르센 벵거 감독 지휘 아래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벵거 감독은 리그 우승과 더불어 FA 컵까지 쟁취하며 부임 두 해 만에 '더블'을 달성했다. 이때 아스널과 2위 맨유의 승점 차는 단 1점이었다.

시즌을 앞두고 '모나코 트리오' 길레스 그리만디, 크리스토퍼 레흐, 엠마누엘 프티와 아약스의 마르크 오베르마스를 영입한 벵거는 데니스 베르캄프, 파트리크 비에이라와 함께 자신만의 베스트 11을 꾸렸고, 결국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최초의 해외 출신 감독이 됐다.

지난 시즌 우승팀인 맨유는 에릭 칸토나의 은퇴로 테디 셰링엄을 영입하며 전반기 내내 리그에서 독주했다. 하지만 레스터 시티와 셰필드 웬스데이에게 발목이 잡히는 등 후반기 뒷심 부족으로 무관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간판 공격수 로비 파울러의 부상 속 오언의 등장으로 대박을 터트린 리버풀은 3위를 기록하며 UEFA컵 진출권을 따냈고, 4위 첼시는 FA컵과 UEFA 위너스 컵에서 우승하며 2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1998-1999 ‘캄 노우의 기적’과 전 세계 네 번째 트레블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번에도 득점왕이 3명 나왔다. 맨유 드와이트 요크, 리즈 유나이티드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 리버풀의 마이클 오언이다. 이들은 리그에서 18골을 넣어 득점왕에 올랐다. 하셀바잉크는 리즈의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득점왕으로 기록됐다. 또한 13도움으로 데니스 베르캄프와 함께 도움왕까지 차지했다.

특히 요크는 안드리 셰브첸코와 함께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8골을 넣으며 득점왕 2관왕에 올랐다. 요크는 PFA 올해의 팀 선정,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맨유가 이번 시즌 왕좌를 되찾아왔다. 그것도 '트레블'로. 아스널(승점 78)을 승점 1점 차로 제친 맨유가 1998-1999시즌 우승에 성공했다. 맨유는 FA컵에서도 뉴캐슬을 상대로 2-0 승리하며 '더블' 달성에 성공한다.

'더블'도 대단하지만, 맨유는 여기에 '빅 이어'(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까지 추가하며 셀틱 FC, AFC 아약스, PSV 에인트호번에 이은 유럽 클럽 사상 네 번째 '트레블' 달성에 성공한다. 유럽 축구 역사상 첫 트레블을 달성한 클럽은 스코틀랜드 셀틱이다. 셀틱은 1966-1967시즌 조크 스타인 감독 지휘 아래 자국 리그인 스코티스 풋볼리그 디비전 1, 스코티시 리그컵, 스코티시컵, 유러피언컵(챔피언스 리그의 전신)을 우승하며 트레블이자 '쿼트러플'을 달성했다.

두 번째 클럽은 네덜란드 아약스다. 아약스는 1971-1972시즌 슈테판 코바치 감독 지휘 아래 자국 리그인 에레디비시, KNVB 베이커(네덜란드 FA컵), 유러피언컵을 우승하며 '트레블'을 달성했다. 세 번째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으로, 1987-1988시즌 거스 히딩크 감독 아래서 에레디비시, FA컵, 유러피언 컵을 우승하며 '트레블'을 달성했다. 여기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맨유가 다시 한번 '트레블'을 성공하며 유럽 축구의 새 역사를 썼다.

트레블의 배경이 된, 이른바 '캄 노우의 기적'으로 불리는 바이에른 뮌헨과의 결승전은 현재까지도 회자하고 있다. 전반 6분 마리오 바슬러의 프리킥으로 앞서나간 뮌헨은 뛰어난 조직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맨유는 정규시간이 끝날 때까지 1-0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맨유가 기적을 만들어냈다.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운 후반 추가시간, 교체 투입된 테디 셰링엄이 극적 동점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이후 2분 만인 후반 추가시간 3분 교체로 들어온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셰링엄의 헤더 패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2-1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1999-2000 선덜랜드의 마지막 득점왕과 티에리 앙리의 데뷔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출처=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캡처)

1996년 시어러 이후 첫 30득점대. 중위권 팀 선덜랜드 AFC가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선덜랜드의 선봉장 케빈 필립스가 30골을 터뜨리며 득점왕과 올해의 선수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선덜랜드의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득점왕 기록이자, 2023-2024시즌 해리 케인에 의해 깨지기 전 유일한 잉글랜드 출신 유러피언 골든슈 수상이다.

필립스의 공격 본능은 1997-1998시즌부터 깨어나기 시작했다. 전 대회에서 35골을 기록한 필립스는 1961-1962시즌 브라이언 클러프의 시즌 30골 기록을 36년 만에 깨며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나이얼 퀸과 환상의 호흡을 맞춘 필립스는 이후 2001년 1월 선덜랜드에서 104번째 골을 기록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팀 내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로 기록됐다.

첼시 FC 에트 더후이는 맨유 붙박이 주전 피터 슈마이켈을 제치고 최다 클린 시트 골키퍼로 꼽혔다. 1997년 페예노르트에서 첼시로 합류한 더후이는 1999-2000시즌 첼시의 FA 컵 우승을 견인한 든든한 수문장이었다. 당시 한 시즌 최다 출전(59경기) 기록과 최다 무실점(27경기)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후일 프랭크 램파드와 페트르 체흐에 의해 깨진다.

▲케빈 필립스. (출처=선덜런드 AFC 소셜 네트워크 X 캡처)
▲케빈 필립스. (출처=선덜런드 AFC 소셜 네트워크 X 캡처)

1999-2000시즌도 맨유가 우승을 차지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8시즌 만에 6번째 우승이다. 이번에는 2위 아스널을 승점 18점 차로 따돌리며 확고한 우위를 점했다. 특히 3월 더비 카운티전 이후 11연승을 거두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리즈 유나이티드는 리버풀을 제치고 챔피언스 리그 3차 예선 티켓을 손에 쥐었다. 리버풀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브랜트포트에게 충격패를 당한 후 4위로 내려앉았다. 브랜트포트는 이 승리로 강등권 탈출에 성공했다. 한편, 티에리 앙리가 아스널에 온 첫 시즌 17골을 터뜨리며 새로운 득점왕 탄생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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