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감기약 등 일반의약품의 소매점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귀추가 주목된다.
일반약 소매점 판매는 현재 보건의료계에서 큰 현안으로 정부에서도 지난 5월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허용을 논의했으나 결국 보류된 바 있다.
보건의료계에서는 대한의사협회가 대표적으로 일반약 수퍼판매 허용을 촉구하고 있고 대한약사회는 적극 반대를 하고 있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5단체중 하나인 대한상공회의소가 23일 ‘국내외 일반의약품 규제개선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일반약을 약국이 아닌 일반소매점에서도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의약품 시장에도 경쟁을 도입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제고하고 의료비를 절감해야 한다며 일본, 미국, 영국 등 의료선진국들 모두 안전성, 유효성이 검증된 의약품에 대해 일반소매점 판매를 단계적으로 허용해 이를 실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선 의약분업 이후 약국과 제약사의 처방전 위주 경영으로 약국이 병ㆍ의원 근처에 몰려 소비자 불만이 가중되고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당번약국제'는 약국 분포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보고서는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고령화 추세에 따라 국민의료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가급적 일반 유통물류망을 이용하는 판매제도로 재편해 '저비용 국민건강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2000년에 이미 7%를 넘어섰고, 2018년에는 14%를 웃돌게 될 것으로 보이고 이들의 월평균 의료기관 방문일수는 1990년 0.78일에서 2007년 3.38일로 4.3배가 증가했다.
또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약품비(2006년 기준) 비중은 25.8%로 OECD 평균 17.3%보다 크게 높아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상의는 약제사 등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적극적 주도로 추진돼 온 일본의 의약품판매구조 개선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의 경우 46년 만의 약사법 개정을 통해 올해 6월부터 주요 감기약, 해열진통제 등 전체 일반의약품의 95%에 해당하는 의약품을 편의점 등 일반소매점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일반의약품을 3등급으로 분류하고 95%를 차지하는 2, 3류 의약품에 대해서는 일반소매점에서 등록판매자가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등록판매자는 1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갖춘 자로, 지방자치단체의 시험에 의거해 선발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고령화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저비용 국민건강'을 실현할 수 있는 의료체계로의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며 “의료시장에 시장원리를 도입해 단가를 인하하고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의 여지를 주는 것이 국민건강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상의는 이를 위해 정부, 산ㆍ학ㆍ연, 관련단체들로 구성된 가칭 '일반약유통구조개선 연구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모든 약을 소매점에서 판매하자는 것도 아니고 안전성이 검증된 것만 판매하자는 것”이라며 “유통시장이 확대되면 그만큼 제약산업도 발전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