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산 알루미늄박 소재를 사용해 만든 양극박을 자국으로 수출한 국내 6개 알루미늄 업체들에 관세 철퇴를 결정하면서 조일알미늄이 조용히 미소 짓고 있다. 조일알미늄은 제재 대상이 된 중국산이나 전범국인 러시아의 알루미늄 소재를 쓰지 않아 제재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동원시스템즈와 롯데알미늄 등과 잇따라 계약을 체결한 조일알미늄은 타 업체로의 공급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조일알미늄의 생산 중인 알루미늄 압연 제품의 소재는 중국산이나 러시아산 제품이 없다. 이는 미국의 수출 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미 상무부가 우리나라 알루미늄박 생산 업체 동일알루미늄ㆍ롯데알미늄ㆍ동원시스템즈ㆍ일진알텍ㆍ한국알미늄ㆍ삼아알미늄 등 6개 사를 적시해 제재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업체들이 중국산 알루미늄박 소재를 우회 수출했다는 이유에서다.
알루미늄박은 배터리의 양극재에 들어가는 재료다. 이번 조치는 ‘탈(脫)중국 공급망’ 구축을 압박하는 미국이 중국산 중간재를 수입한 뒤 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해 가려는 국내 업체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다.
제재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중국산 소재를 써서 얻는 이익이 사라진다. 중국산을 써 마진율을 높일 수 없다는 얘기다.
조일알미늄은 중국산 소재를 쓰지 않아 다른 알루미늄 업체들에 소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확대할 것을 기대된다.
지난해 말에는 동원시스템과 2차 전지용 초고강도 양극박 원재료 공급 협약을 체결한 후 롯데알미늄과는 1조 원대 초대형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롯데알미늄에 총 1조351억 원 규모로 납품하는 대량 공급 계약으로 지난해 매출액의 두 배 수준이다. 연도별로 2023년 1412억 원, 2024년 1883억 원, 2025년~2027년까지 각 2352억 원이다.
조일알미늄은 롯데알미늄 외 다른 알루미늄 업체들로의 공급도 도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루미늄 압연 산업은 대규모 자본이 있어야 하는 장치산업으로서 두께의 균일성 유지를 위해 기술의 축적과 경험이 필수다. 이런 이유로 국내 시장은 상장사 조일알미늄, 대호에이엘과 비상장사 노벨리스코리아 등 소수 업체가 과점 체재를 이루고 있는 시장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지난해 매출액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다소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5623억 원으로 전년보다 20.4% 증가했는데, 영업이익은 13.2% 줄어 158억 원으로 나타났다.
조일알미늄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 국제 원자재 가격이 찍는 등 원자재 변동이 컸다"라며 "러시아 전쟁과 미·중 무역 분쟁으로 수요 감소 등도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