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금리 하단 4%대·상단 6%대
금융당국 은행 마진축소 압박에
시장 "당분간 하향세 이어질 듯"
은행 변동형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16일부터 떨어진다. 변동형 대출금리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두달 연속 하락세를 보인 영향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금융당국이 연일 은행 이자마진 축소에 대해 압박하는 만큼 대출 차주 이자부담 경감을 위한 은행권의 자발적인 조정 가능성이 있어 대출금리는 더 하락할 것으로 점쳐진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2%로 집계됐다. 전월(4.29%)보다 0.47%포인트(p) 하락한 것이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1월 1.64%에서 2월 1.70%로 상승한 이후 10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4.34%에서 12월 4.29%로 0.05%p 하락했고, 이달엔 하락 폭이 더 커졌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NH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기업·KB국민·한국시티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 금리를 말한다. 은행 예·적금, 은행채 금리 등을 반영해 산출한다.
최근 은행들은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 확보 환경이 개선되면서 급격히 올렸던 수신금리를 내리고 있다. 여기엔 금융당국의 영향도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주문했고 지난해 12월부터 예금금리가 점점 낮아졌다.
실제 지난해 11월 20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연 5%대였으나 15일 현재 연 3%대 중반에 불과하다. 정기예금 금리가 석 달 새 1.5%p가량 낮아진 셈이다.
예금금리가 낮아지면서 코픽스 하락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의 개입에 따른 예금금리 인하가 이달 코픽스 금리 인하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기자들에게 “예금금리 인하로 인한 추세적 효과는 다음(1월) 코픽스 고시 이후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그달에 새로 조달한 자금을 대상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장금리 변동를 빠르게 반영한다. 코픽스가 하락하면 은행도 자금조달비용이 줄어 더 적은 이자를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어 개별 금융회사의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진다.
16일부터 일부 시중은행은 주담대 변동금리가 하락할 전망이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연 5.26~7.17%다. 이날 코픽스 하락 폭을 적용하면 주담대 변동형 금리 하단은 4%대, 상단도 6%대로 내려간다.
KB국민은행은 코픽스 하락분을 반영해 16일부터 주담대 변동형, 전세대출 금리 상·하단을 0.47%p씩 내린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의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연 5.43~6.83%에서 연 4.95~6.35%로 인하된다. 우리은행도 같은 날 주담대 변동형 금리가 연 5.89~6.89%에서 연 5.42~6.42%로 상·하단이 0.47%p 인하할 방침이다.
다만 1월 기준 잔액기준 코픽스는 3.63%로 전월보다 0.11%p 상승했다. 신잔액 기준 코픽스도 3.02%로 전월 대비 0.10%p 올랐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대출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에서도 은행권에 취약차주를 위한 상생금융을 요청하고 있으며, 은행들도 자발적인 조정으로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분간 금융당국의 압박과 최근 채권 금리까지 떨어지면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모두 인하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 같다"며 "차주들의 이자부담도 갈수록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