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며 한·미 금리차가 22년 만에 최대 수준인 1.25%포인트로 확대됐다. 한미 간 금리차가 또 한번 벌어지면서 원화 가치 약세가 심화하고,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4.25~4.50%로 올린다고 밝혔다. 한국의 현재 기준금리는 3.25%로 미국보다 0.50~0.75%포인트 낮은 수준이었지만, 이번 연준의 인상으로 금리차가 최대 1.25%포인트 벌어지게 됐다. 이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1.50%포인트)에 근접한 수준이다.
1999년 이후 한미 금리차가 역전된 시기는 크게 4차례로 △1999년 6월~2001년 2월(21개월) △2005년 8월~2007년 8월(25개월) △2018년 3월~2020년 2월(24개월) △2022년 8월~11월(4개월) 등이다.
한국보다 미국 금리가 높아지면 통상적으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를 높게 쳐주는 미국으로 투자자금을 옮겨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시기 외국인의 자금 유출입액을 살펴보면 금리차가 역전된다고 무조건적인 자본 이탈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되던 시기도 있었다.
2005년 당시 외국인은 국내 시장(주식+채권)에서 6000억 원을 순매도했고, 2018년 금리역전기에는 7000억 원을 순매수했다. 2022년에도 1조5000억 원을 순매수했다. 국가 간 금리차가 자본 이동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는 있지만, 한미 금리차 역전이 무조건적인 자본유출을 유발하진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한미 금리역전 현상은 투자자들에게 고민이다.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2005~2007년 원달러 환율은 1000원대에서 안정적 흐름을 보였지만, 최근의 한국 경제 환경은 취약해졌다. 2005년에는 국내 무역수지가 흑자기조를 이어갔던 반면 올해 들어서는 2월과 3월을 제외하고 모든 달에서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경제성장률도 쪼그라들고 있다. IMF에 따르면 200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미국(3.1%)보다 높은 4.2%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미국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4일 기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1895조6550억 원으로 이중 외국인 비중은 31.08%(589조2255억)을 차지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아래로 내려오면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