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 활약하는 한국인 모여 경험담 공유
“커뮤니케이션 능력·오너십 중요해”
“근면성실과 '빨리빨리'만 강조하며 매번 똑같은 이력서를 제출했다. 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회사의 요구를 모르니 실패했다. 나 자신에 대한 질문과 회사가 요구하는 것을 스토리로 만들어내니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다.”
김혜진 로블록스 PM은 한국인으로서 실리콘 밸리에서 커리어를 쌓은 비결로 회사와 나의 ‘핏 맞추기를 꼽았다. 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회사가 요구하는 직무에 따라 스토리를 만들어내면서 경력을 쌓았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27일 성남 네이버 그린팩토리 커넥트홀에서 실리콘 밸리에서 활약하는 한국인의 취업·창업 경험을 공유하는 ‘실리콘 밸리의 한국인’ 행사를 열었다. 하대웅 아마존 웹서비스(AWS) 부사장, 곽수정 메타 뮤직 에디터, 임효지 엔비디아 디자이너 등 실리콘 밸리에서 자신만의 길을 열어가는 연사들이 참여했다.
한국에서 영어 교사를 꿈꾸던 김혜진 PM은 결혼 후 미국으로 가면서 새로운 길을 열었다. 간호 공부와 개발자 부트 캠프 등을 거쳐 헬스케어 스타트업 카운슬 경영직 비서로 IT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교사·간호 공부·부트 캠프 등 일관되지 않은 경험이 한때 약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막무가내로 점처럼 찍힌 길이 선이 되어 자신만의 길을 만들었다.
하대웅 부사장 역시 ‘점 연결(Connecting dot)’이라는 주제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어차피 인생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건 변화밖에 없다”면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타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맡고 있는 곽수정 뮤직에디터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강조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만큼,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언어와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곽 에디터는 “내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회의 3분 전 미리 매니저에게 회의에서 전달할 내용을 요점 정리해 보내는데, 매니저가 어떤 아젠다로 이야기할지 빠르게 이해할 수 있어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된다”고 실질적인 팁을 전달했다.
이어 진행된 창업가 세션에서도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네트워킹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미디어 콘텐츠 전문 기계번역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정영훈 XL8.ai 대표는 “한국 분들이 책임감도 좋고 일을 논리적으로 깔끔하게 잘해 실리콘 밸리에 가면 환영받는다”면서도 “시니어급 이상으로 올라가면 커뮤니케이션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니어가 어떤 일을 어떤 의도에 있어서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를 극복하기 오버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가라앉은 실리콘 밸리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하대웅 부사장은 “실리콘 밸리는 한국보다 노동법이 유연해 정규직, 비정규직 개념이 없고 모두가 비정규직”이라면서 “팀 단위로 직원을 내보내는 레이오프(Lay off)를 많이 하는데, 올해 3월부터 실리콘 밸리 뿐만 아니라 시애틀, 텍사스 등 많은 지역에서 레이오프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올해 실리콘 밸리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 같다. ‘역사적 변곡점에 와 있다’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면서 “특히 미국은 IPO 가뭄이고, 2023년까지 투자 찬바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