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3고 위기 단기 지원보단 장기책으로
“고용 정책 강화로 중기 내실 다져야”
고환율 위기에는 ‘수입선 다변화’ 필요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신(新) 3고’ 위기 돌파를 위해 단기적으로 대출의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등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하지만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마땅한 대책 없는 상황이 계속되자 전문가들은 금융 지원에서 눈을 돌려 고용을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본지는 중소기업에 관련 연구 및 제언을 꾸준히 한 3명의 전문가를 인터뷰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고용정책 강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수입선 다변화 등이 신 3고를 이겨낼 대응책이라고 꼽았다. 이들은 단기적인 정부의 금융지원에 기대는 것이 아닌 대외적 문제가 발생해도 견딜 수 있는 장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민선 연구위원은 “현재 연말이면 기준금리가 3%로 될 가능성이 큰데 금리 인상 등을 통해 물가를 낮추다 보면 실업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중소기업의 고용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면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정근 원장도 “일할 사람이 부족한 상황에서 여러 문제에 직면하니 한계·부실기업을 몰리는 것”이라며 “청년들이 일할 근로 환경 조성과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규제를 융통성 있게 운영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당장 정부에서 돈을 지원해도 인력이 없어 현상유지만 하는 중소기업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고용 정책을 통해 내실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고용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11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우수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57.0%)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요한 인력을 제때 채용하고 있는 기업은 4곳 중 1곳에 그쳤다. 오 원장은 “올해보다 5.0% 인상한 내년도 최저임금이 중소기업의 고용환경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며 “최저임금을 탄력적으로 차등 적용해 임금 지급 능력이 안 되는 중소기업들에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대책도 중요하지만 민간에서 이뤄지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정희 교수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소통의 부재가 중소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대내외적 위기 상황이 펼쳐지면 가장 먼저 위기를 직감하고 중장기적 대책을 펼칠 수 있는 곳은 원청업체다”며 “하청 업체들은 원청만 쳐다보며 납품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위기 정보가 없으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원청업체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협력업체와 소통을 통해 급변하는 상황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며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을 강조했다.
노민선 연구위원도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민간이 잘하고 있거나 경쟁력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민관 공동의 파트너십을 통해 경제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고환율 위기는 ‘수입선 다변화’가 해답이라고 답했다. 오정근 원장은 “환율 인상에 대해선 정부가 안정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딱히 대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수출선이 좁은 중소기업들은 한순간에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 차원에서 수입선을 다변화 대책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노 연구위원도 “생산자가 생산과정에 투입물로 사용하는 중간재의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며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수입선 다변화와 대체재 확보, 국내 생산기반 확충, 전략적 비축 확대 등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