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기름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국내 휘발윳값은 리터(ℓ)당 1600원대를 기록했던 올해 초와 비교해 현재 300원 이상 급등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략 비축유 방출 소식 등으로 최근 국제유가가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이 하락분이 국내 유가에 반영되는 데 시차가 있는 만큼 국내 기름값이 안정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높아진 기름값에 시름을 하는 이들의 사연이 다양하다. 많은 시민이 자가용 운행을 자제하거나 출퇴근 ‘카풀’을 이용하는 등 기름값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조금이라도 더 기름값이 싼 곳을 찾고자 원정 주유를 떠나는 이들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유가 흐름에 영향을 받는 업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의 타격은 더 크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국 주유소 중 300곳가량이 문을 닫았다. 한 달에 20곳꼴로 폐업한 셈이다. 한때 ‘지역 갑부’라고 불리며 부(富)의 상징이었던 주유소 사업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연일 휘청이고 있다.
위기에 빠진 건 화물운전자도 마찬가지다. 경유는 통상 휘발유보다 리터당 200원가량 저렴하지만 최근 두 유종 간 격차가 100원 미만으로 좁혀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경유 가격의 상승 폭이 휘발유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경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지난해 화물운전자의 월평균 유류비 지출액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현재 유가에 대입해 계산해 보면 월 지출액은 388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100만 원 넘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화물운전자들이 거리에 나선 건 운행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이에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인하 폭 확대 등의 대책을 마련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다만 이러한 정책만으로는 이미 지나치게 오른 기름값 인상분을 보완할 수 없다. 유가보조금에 시동을 건 만큼 추가 구제책으로 유가환급금도 검토해야 한다. 소상공인과 시민들이 유가 상승으로 겪는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시도다.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 대책을 기대해 본다.